농어촌지역에 기본소득 주면 활기 되찾을까?

충남연구원·한국농촌사회학회 공동세미나 열어
농어촌기본소득 필요성·효과 놓고 의견 개진

  • 입력 2022.07.01 18:00
  • 수정 2022.07.03 19:18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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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달 27일 충남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 ‘농어촌 주민의 기본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충남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 ‘농어촌 주민의 기본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충남연구원(원장 유동훈)과 한국농촌사회학회(학회장 김흥주)는 지난달 27일 충남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 ‘농어촌 주민의 기본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을 발표했다.

박경철 연구원은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결과적으로 농촌지역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국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졌고,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으며, 최근에는 수도권 경제권에 맞서 부산·경남·울산, 대전·세종·충남·충북을 각각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묶는 메가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러한 정책을 보면 여전히 도시 중심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20년간 추진된 균형발전정책에도 오히려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는 상황이 됐다”며 “기존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역불균형 관점에서 농어촌부터 회생시켜야 한다”며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소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어촌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이다.

박 연구원은 “다만 처음부터 전체 농어촌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의 형평성을 고려해 교통·의료·문화·교육 등 인프라가 읍지역보다 불리한 면지역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정부 각 부처에서 도시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등 개발성 사업에 투입되고 있는 막대한 예산에 비한다면 농어촌기본소득 예산은 크지 않은 액수”라면서 “국가 차원에서는 국가균형발전특별예산과 농어촌발전특별세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에도 각종 개발 예산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이창한 건국대 산학협력단 겸임교수는 최근 경기도가 연천군 청산면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내용과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주민 모두에게 월 1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5년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창한 교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청산면 인구수는 4,172명으로, 사업을 시행하기 이전(지난해 12월 말 기준 3,895명)보다 277명 증가했다”며 “주목할 만한 점은 20대 유입 비율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기본소득 지급 이후 물가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정책 효과 평가 항목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 지급될 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정책적으로는 물가 거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충남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 ‘농어촌 주민의 기본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김흥주 한국농촌사회학회장이 지정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충남연구원 4층 회의실에서 ‘농어촌 주민의 기본소득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공동세미나에서 김흥주 한국농촌사회학회장(가운데)이 지정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흥주 한국농촌사회학회장을 좌장으로 김병철 중국 인민대 사회보장학과 교수, 김정태 공주대 지역개발학과 교수, 서봉균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 정책국장, 전지훈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박사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농촌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으로 제시된 농어촌기본소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김정태 공주대 교수는 “농어촌기본소득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혁신도시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정책적 실패라는 박경철 연구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수도권이 거대한 블랙홀로 기능하고 있는 상태에서 균형발전정책이 있었기에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 아닌지 생각한다”면서 “개발의 파급력이 전파되기 위해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도시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과 같은 정책이 어느 정도 바뀌지 않는다면, 지역에 또 다른 블랙홀이 출연해서 농촌의 과소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 곡성군에서 농사를 짓는 박웅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운영위원은 이창한 교수의 주제발표 당시 인구 유입 통계에서 30대 유입 인구수가 생략된 이유를 묻기도 했다. 이창한 교수는 “면밀한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30대는 이제 한참 사회에 자리 잡고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위험 부담이 커서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으로 인프라도 들어오고 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웅두 운영위원은 “30대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에 생산 가능한 연령이 안 들어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들은 농촌에서 한 달 살기 등 지역에서 시행하는 여러 사업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1~2년 지내다 보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렇게 발생하는 인구 유입이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어떤 연관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역이 선순환되려면 농업이라고 하는 중심축이 제대로 서서 구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농업을 담보하고 있는 농민에 대한 기본소득을 우선 실행하는 것이 농어촌 공간의 지속가능성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충남연구원과 한국농촌사회학회는 공동세미나에 앞서 농어촌 발전 방안 공동연구·협력을 위한 업무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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