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식후에 몸이 무겁고 나른하고 졸려요

  • 입력 2022.06.26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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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식사를 하고 나면 너무 졸려서 힘드신가요? 보통은 봄철에 춘곤(春困)증이라고 하여 식사 후 나른하고 노곤노곤하여 졸게 되는데요. 봄이 아닌데도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면 피곤하고 졸린 것을 식곤(食困)증이라 합니다. 그럼 식사를 하고 나면 왜 졸릴까요? 동의보감에서는 식후혼곤(食後昏困)이라 하여 “음식을 먹은 뒤에 정신이 흐릿하고 몸이 노곤한 것”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런 증상은 “비(脾)가 허약한 것”이 원인입니다. 평소 비위(脾胃)를 잘 조리하지 못하면 위기(胃氣)가 상하여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이에 따라 음식을 먹은 뒤에 정신이 흐려지면서 잘 졸리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외에도 노권상(勞倦傷)으로 힘든 일을 너무 많이 하여 원기가 상하고 비위가 허약해진 경우에도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처방도 기운을 보하고 비위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처방을 하게 됩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식곤증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놀랍게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설들만 있는데요, 흔히 소화기로 혈류량이 몰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적어져서 졸리게 된다는 설명이 가장 흔한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식사 시 뇌로 가는 혈류량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흔히 칠면조요리를 먹는데 그렇게 먹고 나서 졸리는 경우가 많았나 봅니다. 그래서 이것은 칠면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칠면조에 있는 트립토판이라는 성분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었습니다. 트립토판은 뇌로 가면 세로토닌으로 바뀌어서 우리를 졸리게 만들 수 있는데요, 실제로는 졸음을 유발할 정도로 많은 양의 트립토판이 있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성분들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그만큼 뇌에 도달하는 양은 더 적어진다고 합니다.

식사 후 수면과 그 효과를 조사한 한 연구에서 더 높은 칼로리의 점심(922칼로리)이 가벼운 점심(305칼로리)에 비해 졸음을 악화시키고 더 많은 운전 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거나 칼로리가 높은 식사를 하면 식곤증이 심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위장의 팽만을 감지하는 신경계와 연계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추측합니다. 동물실험에서 쥐는 위장이 더 꽉 찰수록 수면이 더 증가한다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더 재미난 사실은 음식이 아니라 따뜻하고 영양분이 없는 물질로 위장을 채워도 똑같이 수면이 유도된다는 사실입니다. 위가 팽창하여 특정 수준의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 뇌로 수면을 늘리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포도당이나 설탕, 단백질과 소금을 많이 섭취했을 시 더욱 식곤증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특히 VLPO(ventrolateral preoptic area)라고 불리는 수면과 관련된 뇌 영역에 포도당을 직접 주입하면 실제로 쥐의 수면이 촉진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식사 후에 졸리는 증상이 심하다면 평소에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고,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한 분들은 가까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달거나 너무 짜거나 고기나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은 식곤증을 심하게 할 수 있으니 다양하게, 골고루 드시는 것이 좋겠고, 또한 조금씩 먹어서 과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통은 점심 때 식곤증이 심한데 점심을 조금 먹기 위해서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점심에 폭식을 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짧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식곤증 없이 건강한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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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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