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 “식량자급, 국가가 최소 50% 보증하는 정책 펴겠다”

인터뷰 l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입력 2022.06.26 18:00
  • 수정 2023.02.26 09: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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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7가지 약속을 했다. 그중 첫 번째가 ‘식량주권’ 확보로, 주요 곡물의 생산기반과 비축 인프라를 확대해 식량안보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농업·농촌·농민이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인데, 정 장관은 농업소득 확대, 농지보전 그리고 청년농민 지원으로 해법을 말하고 있다.

본지는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실에서 정황근 장관과 새 정부의 농정방향에 대해 인터뷰했다.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정리 원재정 기자 / 사진 한승호 기자

본지는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실에서 정황근 장관과 새 정부의 농정방향에 대해 인터뷰했다.  한승호 기자
본지는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실에서 정황근 장관과 새 정부의 농정방향에 대해 인터뷰했다. 

새 정부의 농정방향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써, 농업과 농업인 위상을 높이고 농촌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우선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농업인들의 소득·경영여건을 안정시키겠다.

새로운 시대에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도 촉진할 계획이다. 난개발과 고령화로 활력을 잃고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이 전 국민의 쉼터이자 삶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농촌공간계획’을 도입해 지자체가 청사진을 제시하고 중앙정부가 농촌재생프로젝트를 통해 집중 투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농촌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고민도 많으실 것 같다.

농업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농업과 농촌의 실태를 정확히 모른다. 타 분야에선 농업을 작게 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우리 분야 얘기를 해 달라는 강연 요청이 있어서 어제(21일) 각계 지도층 앞에 섰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농지는 더 좁은데 이 땅에서 5,200만명의 국민을 부양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이유가 다 여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 1인당 경지면적이 90평, 즉 가로 17미터(m), 세로 17미터의 땅에 감자, 벼 심고 돼지 키운 것으로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한다, 고 얘기했다. 청중들이 ‘그걸로 먹고 사는 거냐’며 놀라는 모습을 봤다. ‘우량농지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반응이 즉각적이고 효과가 컸다. 강의 후에 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전화로 여러 차례 받았다.

농지를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손들의 먹거리 문제까지 결부돼 있으니 사회 전체가 농지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농지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현장에서는 회의적이다.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엄격히 막아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서 농지취득 심사 기준이 강화됐고, 농지위원회 심의제도도 시행될 예정이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도 ‘우량농지’를 강력히 지켜야 한다고 명시해 놨다. 하지만 동시에 농민들의 재산상 손해 보완책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는 공공비축수매나 직불제 등에서 약간 혜택을 주는 수준인데 이걸 더 강화해야 농업진흥지역 보전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안에서의 ‘태양광 개발’ 같은 논의는 분명히 반대한다. 그렇다고 농업진흥지역을 더 늘리자,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불가피한 농업진흥지역 전용 시 비진흥지역에 같은 규모의 농업진흥지역을 조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지난 2007년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사유가 아니라면 농업진흥지역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로 여겨야 한다. 과거에는 여·야 외에 농민당이라고, 농민과 농촌을 대변하는 정치인들도 많았지만 그런 의식들도 희석됐다. 농식품부 장관이 그런 역할까지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공익직불금 5조원 확대’ 공약이 큰 관심을 모았다.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농업분야 국정과제에 반영돼 있듯 식량안보, 고령화 등 우리 농업이 당면한 과제에 대응하고 중소농을 보호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농업직불금을 현재의 2배인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원은 농업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보해 나가며, 농업예산 배정에 있어서 직불제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방침이다.

특히 2017년부터 2019년 기간 중 직불금을 1회 이상 수령한 농지에만 기본형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는 요건도 내년에는 ‘실경작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 예산확보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대상지 전부를 조사하고 있고 6월 말이면 끝난다. 내용은 거의 확정돼 있는데, 상당히 많은 농민들이 직불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통령 공약이 공익직불금 예산 5조원이니, 내년에 더 예산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직불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정황근 장관은 "식량주권이 중요한 시대"라며 "최소한 50%의 식량은 자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황근 장관은 "식량주권이 중요한 시대"라며 "최소한 50%의 식량은 자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곡물자급률을 높이면서 ‘전략작물직불금’ 지원도 언급했는데, 직불제는 어떻게 개편한다는 얘긴가.

직불제 개편 방향은 식량안보 강화, 기후변화 대응, 농업의 세대 전환 등이 주축이 된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밀·콩·쌀가루용 쌀 등의 작물에 직불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년에 200만톤 가량의 밀을 소비하고 있는데 대부분 수입밀이고, 국산밀 살리기 운동을 수십년 했지만 자급률이 0.8%에 불과한 것은 가격이나 소득이 맞지 않아서다. 현재 ha당 50만원의 직불금으론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일본은 밀 자급률이 17% 되는데 현재의 환율로 1조4,000억원의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직불금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쌀가루용 쌀인 ‘분질미’ 대책을 발표했는데, 쌀의 소비확대도 가능하고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이앙하는 품종이기 때문에 밀 수확 후 이모작 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밀과 콩, 분질미 재배 농가에 이른바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하겠다. 지급액은 논의 중이다.

또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경관보전·탄소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직불제도 확대해 나간다. 그리고 현재 농업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농촌고령화에 대응해, 청년·은퇴농 직불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청년이 농촌에서 더 많이 살도록 영농정착지원금을 확대하고, 고령농의 경우 은퇴를 하면 소유 농지를 청년농민에게 이전하도록 하면서 이후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업계·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올해 안에 농업직불제 개편 로드맵을 마련하겠다.

올해 농민들은 모내기를 하면서 쌀값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쌀 수급안정과 가격안정을 위해 도입한 ‘쌀 시장격리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이에 대한 의견 듣고 싶다. 

현재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를 시행하는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내용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시장격리는 수급 과잉물량뿐만 아니라 쌀값 추이, 민간 재고량, 쌀 수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매입하도록 할 경우, 쌀값 급락을 방지하려는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운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용해 쌀값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식량안보’를 강화하는데 각국이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하는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나.

올해 연말까지 향후 5년(2023년~2027년) 동안의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다시 설정하고 밀·콩 등의 자급률을 높이겠다. 또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식량안보와 관련한 중장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또 제도와 예산으로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한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방안은 8월 중에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최소한 내년에 수확하는 밀을 농민분들이 심기 전에 확실히 알릴 생각이다. 쌀가루용 쌀을 심고 밀 재배를 확대하면 공급과잉인 쌀 생산의 균형도 맞추면서 수입밀 대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곡물자급률이 우리나라는 20%, 일본은 31%인데, 과거엔 두 나라가 비슷했었다.

식량주권이 중요한 시대다. 최소한 50%의 식량은 자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십년 식량자급률이 떨어져 왔는데 이걸 멈추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땅도 작은 조건이고. 이 조건을 해결하려면 한 번 더 활용하는 방법 외엔 없다.

끝으로 전국의 농민분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농자재가격 상승, 농번기 인력부족, 잦은 기상 변화 … 농사짓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의 먹거리 생산을 책임져 주시는 농민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때부터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농정에 임하고 있다. 정부는 농민분들이 ‘농사지으면 먹고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농정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자연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재해보험 대상 품목과 지역을 확대하고 재해복구비도 현실화 해 나가겠다. 무엇보다 농업직불금을 5조원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예산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30년 이상 농업분야에 몸담으며 쌓은 경력, 공감능력을 가지고 농업변화에 헌신하겠다.

농업을 걱정하는 마음은 여러분들이나 정부나 다 같다.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 제대로 바꿔봤으면 좋겠다. 잘못하면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신 잘 한다고 생각하면 대놓고 칭찬도 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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