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마늘이 비싸서 미안합니다

  • 입력 2022.06.26 18: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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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마늘가격이 제법 비쌉니다. 농산물이 비싸면 농민들의 기분이 하늘땅만큼 좋을까요? 아 물론 좋기는 합니다. 농사도 망쳤는데 가격까지 바닥이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죽을 맛이겠지요. 지독한 겨울가뭄에 이어 수확기 봄가뭄까지 겹쳐서 마늘 씨알이 작아도 너무 작아 수확량이 반토막난 집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과일이나 채소도 그렇고 심지어 뱃속 아기도 막달에 무럭무럭 큰다 하지요? 그런데 수확기에 봄가뭄이 계속되었으니, 마늘 논밭에 물을 댄다고 해도 비를 맞은 만큼 작물이 제 힘껏 크지 못한 것입니다. 어쨌거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해서 최악은 벗어났지만, 농가소득으로 치자면 거기서 거기입니다. 아 물론 조금 낫기는 하겠지요. 이 마당에도 농사를 알뜰하게 잘 지어서 평년보다 수확량이 늘었다는 이도 있다만, 그런 경우는 가물에 콩이 나듯 극히 드물지요. 어디나 예외라는 법칙이 있으니까요. 혹 그런 사람들 소문을 듣고서는 마늘농가가 대박이 났다는 말로 농민들 아린 가슴을 더 후벼 파지는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비료값 기름값 등 생산비가 안 오른 것이 없고, 품이 많이 드는 마늘 농사의 인건비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아니 치솟거나 말거나 인력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다행인데, 아예 구할 수가 없어서 수확기에 애태운 것으로 생각하면, 딱 농사를 접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웃논들은 이모작 모를 심는데, 그래서 얼른 일을 끝내야 하는데 일곱 명 온다던 일꾼은 네 명으로 줄고, 해도 안 떨어진 오후 4시 전에 집에 갈 채비를 하는 판에 농민들 삶만 희한하게 돌아가는 판국이라 더 애가 탄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내년부터는 농사를 줄이겠다 하고, 당장 우리집도 내년에는 조금 줄이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수확된 대부분의 마늘은 농협 안마당에 펼쳐진 경매장을 통해 수집되어 전국 각지의 시장으로 팔려나갑니다. 그중 일부는 지인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를 합니다. 수완이 좋아서 고객 관리를 잘 하는 농가는 직거래 비중이 높기도 합니다만, 대다수는 경매시장으로 나갑니다. 직거래하는 농가들이 매기는 가격이 농심을 그대로 담습니다. 경매가에서 끝전을 조금 더 붙이는 수준이지만 가격을 매기면서 마음이 간당간당해집니다. 마늘값이 비쌀수록 손이 더 아파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것이 금도 아니고 은도 아닌데 이렇게나 비싸면 어떻게 사 먹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인정사정없이 중간 마진 비율이 어쩌고 하면서 결정되는 시장상인 가격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고, 경매가에서 맴도는 것입니다. 이른바 관계시장의 특징인 것이겠지요. 먹는 사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니까요. 농사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심이지만, 비싸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편히 먹나 하는 마음도 농민들의 본심입니다.

비료값이나 기름값을 올릴 때, 자본도 농민 생각을 할까요? 또는 농정당국은 농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며 대책을 먼저 수립하기는 할까요? 궁금합니다. 유례가 없는 생육기와 수확기의 가뭄, 농사가 워낙 고되니까 해외의 값싼 인력이 아니고서는 감당이 어려운 천덕꾸러기 농사가 되어가는 처지, 마늘 대상에 춤을 추는 유통 시장구조 등 어느 것도 농민 편은 없는데, 마늘값이 치솟고 있으니 높은 마늘값에 농민들 마음이 괜스레 불편합니다. 켜켜이 쌓인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와 예측이 불가한 기후위기까지 겹쳐 어느 것도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에 미안함은 농민의 몫이네요. 마늘값이 비싸서, 직거래하는 소비자들에게 그냥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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