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 입력 2022.06.26 18:00
  • 기자명 이한보름(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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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지난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0.75%인상한다고 발표를 하였다. 이번처럼 금리를 한번에 0.75%나 올리는 빅스탭은 1994년 이후 28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기준 금리의 인상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기업과 가계는 대출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개인의 소비가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이는 경기 위축을 유발하고 시중의 통화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시키는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물론 적절한 금리 인상이라는 전제가 붙을 때의 말이고, 이번 연준의 빅스탭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에 풀린 현금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고육지책으로 정부에서 많은 양의 현금을 시장에 공급하였고,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테그플레이션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민심 달래기용 물가 안정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그중 하나가 시중 돼지고기 가격 안정화 정책이다.

돼지고기의 도매시장 가격은 올해 4월 중순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5월 3일 6,786원을 정점으로 6,297원(5월 30일) 6,181원(6월 13일) 5,706원(6월 17일) 5,721원(6월 21일) 순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일시적으로 폭발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시장 가격은 예상보다 더 높게 상승했고 새로 들어선 정부는 이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급격히 상승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할당관세가 적용된 수입돼지고기 5만톤을 국내에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멕시코·캐나다·브라질 등에서 수입된 5만톤의 돼지고기를 7월 1일부터 시장에 풀 예정이다. 게다가 필요 시 추가로 5만톤을 더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는데 총 10만톤에 이르는 물량은 지난해 전체 수입량인 33만톤의 30%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으로 시장가격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이런 근시안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땜질 처방이 반복되는 데 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일대 우제류를 모두 살처분하고, AI가 발생하면 상습발생지역에 가금류 사육을 금지한다거나, ASF가 발병하니 검증도 안된 방역시설을 전국 양돈장에 설치하게 하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 지난 10여년간 축산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고(高)물가는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전쟁을 넘어 식량재난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지금 단기적인 눈가림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농민들의 피땀으로 쌓아올린 산업의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은 우리가 맞이할 뻔한 미래이다. 한번 무너진 산업 기반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명심하자.

정부에 묻고 싶다. 건국이래 국내 축산물은 여러번의 파동을 겪었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 수입산 축산물의 관세를 높여서 국내 가격을 방어해주고, 유통사와 협의해서 수입 물량을 줄여 생산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한 번이라도 편 적이 있는가? 당신들은 언제까지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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