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수록 손해” … 매실, 공판장서 ‘똥값’

생산량 반토막에도 가격 폭락

“20톤 중 1톤도 출하 못 해”

경매가격 하루에도 ‘천차만별’

두 손 놓은 농민, 억울함 호소

  • 입력 2022.06.26 18:00
  • 수정 2022.06.26 21:01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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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6월 초·중순에 수확이 마무리됐어야 할 매실이 아직까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난 20일 경남 진주 매실재배 농민이 과원을 둘러보며 “매실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너무 억울하다. 2,000원 문자 받고 새벽에 울었다.”

이달 중순, 경남 진주에서 가락시장으로 매실 59박스를 올려보낸 농민이 최종 정산받은 금액은 40만원이다. 한 박스(10kg)에 약 6,800원꼴이다. 이마저도 한 차례 불낙한 후 다음날 재경매를 통해 낙찰된 금액이다. 휴대전화에 찍힌 경락가를 확인한 농민은 경매를 취소하고 싶었지만 바쁜 농번기 왕복 차비와 시간이 부담돼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4일, 농민이 통보받은 가격은 매실 한 박스당 △왕왕특 1만2,000원 △왕특 8,000원 △특 3,000원 △상 2,000원이었다. 불낙 후 다음날 책정된 금액은 △왕왕특 1만3,000원 △왕특 1만1,000원 △특 4,000원 △상 3,000원이다. 올해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50% 이상 줄어들었음에도 매실 가격은 오히려 평년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비가 오지 않은 탓에 과실이 크지 못한 것도 큰 문제다. 매실은 보통 선별 과정을 거쳐 네 단계로 분류한 후 경매장으로 보내는데, 올해 비가 오지 않아 대과 비율이 현저히 낮다. 작황이 좋지 않아 중소과 비율이 높은 것이 매실 가격 하락의 이유이기도 하다.

농민은 경락가가 찍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여주며 “kg당 1,000원꼴도 못 받고 팔아넘기고 있다. 가격이 어느 정도 형성됐을 때 낙찰해야 하는데 도매법인은 팔리면 무조건 수수료가 들어와서 그런지 (한 박스가) 2,000원만 나와도 낙찰한다. 최소한 생산자가 최저가는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날짜·시간·청과마다 가격이 다 다르다. 갖고 노는 게 아니면 이런 가격이 형성될 수 없다. 같은 날 다른 청과에서는 왕왕특 등급이 3만원까지 가기도 하더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농민이 출하했다는 6월 14일 하루 동안 해당 청과에서 거래된 매실 가격은 2,000원부터 2만9,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농민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 매실을 출하하기 위해 드는 유통비용만 해도 한 박스당 운송비 1,200원, 박스값 1,500원, 판매 수수료 7%로, 지금 시세로는 팔아봤자 적자인 상황이다. 유통 전 생산 단계에서 필요한 필수 농자재값과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다. 농민은 “20년동안 매실을 재배하면서 해마다 힘들었지만, 올해는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다 올라 훨씬 심각한 상태다. 애써 키워놔도 공판장 가면 똥값이다. 농민이 돈을 보태서 팔아야 하는데 누가 농사지으려 하겠나”고 거듭 한숨을 쉬었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인건비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매실의 경우 한 사람당 200kg이 하루에 딸 수 있는 양의 최대치다. 박스당 1만원에 팔린다고 쳐도 15박스가 하루 인건비로 들어간다. 비료의 경우 9,000원 하던 게 해가 바뀌자 2만4,000원이 됐다.

경남 진주 명석면 매실밭은 수확철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매실로 그득하다. 전국적으로 저조한 작황에도 공들여 물을 댄 결과 농민이 재배한 매실은 다른 밭의 매실보다 크기도 큰 편이다. 하지만 해마다 20톤 정도 수확하던 매실을 올해는 1톤도 출하하지 못했다. 매실 수확에 한창이어야 할 때지만 ‘딸수록 손해’ 보는 현실에 두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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