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8] 신자유주의, 전쟁보다 무서운 것

  • 입력 2022.06.26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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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우리는 지금 현 세기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전쟁을 목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다. 수백·수천명의 생명들이 죽고 건물들이 파괴되고 있다. 두 나라의 전쟁은 복잡한 외교적, 정치적, 역사적, 민족적 이해의 충돌로 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반드시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그리고 식품 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금리는 치솟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국가 부도 상태에 빠졌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약 30% 이상 상승했고,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지금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전쟁에서 찾는 것 같다. 전쟁 때문에 산유량이 줄어들고,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원활하지 못한 것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분석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이 지경으로 빠뜨린 본질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 이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세계 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만이 세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고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2005년 이후 WTO는 더이상 농업보조금과 관세 및 비관세를 내릴 수 없게 되자 추가적인 협상은 중단된 채 유명무실해졌다. 이에 신자유주의자들은 다자협상인 WTO 체제에서 양자 협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 전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이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협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렇게 30여년 가까이 지속돼 온 신자유주의 이념은 과연 이뤄지고 있는가. 한국(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니),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의 경제는 좋아졌는가. 국민들은 행복한가. 누구나 평등하게 잘 살 수 있게 됐는가. 인류의 기아와 식량문제는 해결됐는가. 아니 그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찾을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작금의 원유 및 에너지 위기나 식랑위기는 한국을 포함한 소위 선진국들이 자초한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기후·환경위기의 주범인 탄소배출도 주로 이들 국가들의 것이고, 농산물 시장도 개방해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농식품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대돼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이들 국가들로부터 나왔다.

고래 싸움에 새우만 등 터지는 게 아니라, 고래도 등 터지고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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