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1년째 싹조차 안 터 … 수입 마늘이 수상하다

식물인가 플라스틱인가 … 출아도 부패도 안되는 중국산 마늘

자연상태론 설명불가, 방사선 또는 독성화학물질 처리 가능성

영문도 모른 채 … 우리 국민 입 속에 ‘괴물 마늘’이 들어간다

  • 입력 2022.06.1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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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입 마늘이 수상하다. 마늘을 6월경 수확해 피마늘 상태로 상온 저장하면 통상 9월부터는 파릇파릇한 촉이 나게 마련이다. 냉장보관한 마늘이라 해도 유통을 위해 상온에 꺼내놓는 순간부터 출아가 시작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수확했을 중국산 피마늘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온에서 전혀 출아·부패되지 않은 채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괴물 마늘’의 등장이다.

마늘 유통업계에서 이 괴담 같은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 3월이다.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최상은, 마늘자조금)가 중국산 피마늘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사실이었으며, 온도가 높은 차량 안에 한 달동안 방치해봐도 상태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지금도 20kg 중국산 마늘망에서 어떤 마늘을 집어 잘라본들 단 하나의 푸르스름한 촉이나 썩은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 심지어 이 마늘은 정부가 국영무역으로 들여온 물량이다.

껍질을 까서 반을 자른 뒤 상온에 1주일간 방치한 중국산 마늘. 수확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마늘 내부의 파란 촉이나 끝부분의 뿌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주일 동안 수분이 날아가 살짝 비틀어진 게 변화의 전부며, 뒤쪽의 피마늘은 흡사 수확해서 갓 말린 그대로의 상태다.
껍질을 까서 반을 자른 뒤 상온에 1주일간 방치한 중국산 마늘. 수확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마늘 내부의 파란 촉이나 끝부분의 뿌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주일 동안 수분이 날아가 살짝 비틀어진 게 변화의 전부며, 뒤쪽의 피마늘은 흡사 수확해서 갓 말린 그대로의 상태다.
즉석에서 무작위로 잘라본 중국산 마늘.
즉석에서 무작위로 잘라본 중국산 마늘.

원인이 무엇일까. 이토록 철저하게 출아와 부패를 막는 기술이라면 방사선 조사(照射)처리를 의심할 수 있다. 살균·살충·발아억제를 목적으로 식품에 방사선을 쬐는 기술로서 신선농산물 중엔 마늘·양파·감자·밤·버섯에 허용돼 있다. 허용 방사선량이 가장 낮은 마늘만 해도 그 선량은 의료용 X-레이 촬영의 750만배, CT 촬영의 1만5,000배, 체르노빌 원전사고 긴급작업 사망자 피폭량의 30배에 해당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 역사가 오랜 기술이고 안전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도 많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2000년대에 식품기업 농심이 방사선 조사 원료를 사용하다 수출상대국으로부터 수입금지를 당하고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제도적으로도 한 번 조사처리한 제품은 다시 조사할 수 없고 영유아·임산부용 식품엔 사용이 제한돼 있는데, 이 또한 아직도 ‘100%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물론 방사선 조사처리를 한 식품은 ‘방사선 조사식품’ 표시를 해서 유통해야 한다. 이번 정부 수입 마늘의 경우엔 조사식품 표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으로부터 ‘방사선 비조사 증명서’를 받기도 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표시제나 증명서를 얼마나 꼼꼼히 관리·확인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가 관련 문의에 ‘무작위 수거검사를 하고 있다’고 답변하긴 했지만, 이번 ‘괴물 마늘’ 민원을 접수받고도 검사 책임을 민원인에게 미룰 정도로 그 성실성엔 의문이 붙는다.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중국 당국의 검증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다른 가능성은 약품처리다. 합법적이면서 가장 보편적인 약품은 검역용 훈증제인 ‘메틸브로마이드(MB)’. 본래 병해충 방제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품인데 다른 훈증제보다 독성이 월등히 강해 식물의 발아를 억제하기도 한다.

MB는 무색·무취의 가스지만 훈증작업자의 중추신경계 이상을 초래하고 오존을 파괴한다. 적어도 표면으로 드러나는 해악만큼은 방사선 조사처리보다 심각하다 할 수 있다. 한 번 훈증한 물량을 다시 훈증해선 안된다는 제한도 없으며, 훈증 후 잔류량이 적다는 이유로 표시제의 대상도 아니다. 건강·환경상의 문제로 점차 사용을 줄이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도 농산물 검역훈증제의 60%는 MB다.

다만, 지난해 농산물 검역에 사용한 402톤의 MB 중 마늘에 사용한 건 8.9kg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입된 8,000톤의 피마늘 중 96톤의 마늘만이 MB 훈증을 거친 셈이다. 때문에 이번 ‘괴물 마늘’이 검역훈증의 결과물이라 보기엔 다소 개연성이 약하다. 방사선 조사처리와 마찬가지로 통관 이전 중국 현지에서 MB 또는 모종의 약품 처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더 높은 정황이다.

방사선 처리인지 약품 처리인지 알 순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 중국산 마늘이 “일반적인 마늘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확실한 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처리로 인해 성질이 변경된 ‘괴물 마늘’이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에서 탈피를 거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작년산 마늘이며, 마늘가격 호조에 힘입어 올해산 마늘 수입은 한층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마늘자조금은 식약처에 ‘괴물 마늘’ 검사를 요구했다 거부당하고 자비를 들여 연구기관에 방사선·약품 처리여부 검사를 의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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