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소금에 대한 지나친 누명

  • 입력 2022.06.12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1일 소금권장량은 약 5~6g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보다 많은 소금을 섭취하기에, 그 결과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류와 젓갈은 고혈압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이란 명제가 실은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는 다수의 연구 논문들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소금이 혈압상승을 일으키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들은 소금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미미하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도 혈압상승을 일으키는 경우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1일 소금권장량은 10g이며 실제 섭취량은 1일 15g 정도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소금섭취량 제한을 일찍부터 권고받고 시행한 미국인들에 비해 오히려 더 낮습니다.

인체 내에서 소금이 처리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식사를 통해 먹는 조금 많은 양의 소금으로는 결코 고혈압 환자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동안 소금이 혈압을 높인다는 주장으로 내세운 근거는 소금이 혈액 내 삼투압을 높여 그로 인해 혈관 내 혈액량이 증가하며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염분상승은 신장을 통해서 얼마든지 빠르게 배설되기 때문에, 식사 시 평소보다 소금을 5~6g 정도 더 먹었다 해도 혈압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그 상승량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5mmHg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식사 시 먹는 과다 염분으로 높은 혈압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킨다는 것은 우리 몸의 구조상 애초에 불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소금에 특별히 민감한 예외적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엔 염분 제한이 꼭 필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극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모든 사람이 소금공포증에 시달리는 것이 국민 건강상 훨씬 더 큰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오히려 저염 식이요법이 고혈압 환자의 37% 정도에게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생활 속의 한의학 보급에 힘써 오신 고 김홍경 선생님의 생전 강의에서 이런 류의 질문을 던지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매실은 독입니까? 약입니까?” 그것에 대한 답은 “약도 되고, 독도 되고”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엔 다양한 특성들과 장단점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어느 한 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진실이 가려져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제게 “소금은 약입니까? 독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지금은 절대적으로 약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독이라고 너무 많이 왜곡되어 강조됐기 때문에, 굽혀진 진실의 막대기를 바로 펴기 위해선 굽혀진 반대쪽으로 막대를 휘어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키워드
##소금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