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현장 농민 관점의 농업예산 편성 절실

  • 입력 2022.06.1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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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저탄소인증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저탄소인증농산물을 매대에 진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예산은 어떻게 편성해야 할까. 친환경농업 확대에 예산을 아끼지 말라는 것, 농업분야 탄소배출 감축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와 현장 농민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내세우며 농식품부가 편성하는 예산 내용을 보면, 현장 농민들의 관점과는 적잖이 괴리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탄소배출 저감 정책으로 △탄소감축 인센티브 체계 구축 통한 탄소감축 유도 △탄소감축 노력에 대한 공익직불제 상 선택형직불제 단계적 도입 △논농업 재배방식 개선 △저탄소 가축사양관리 △친환경농업 확산 등을 거론했다.

여기서 탄소감축 관련 인센티브란 농가·지역 단위의 탄소감축 실적을 정부가 구매(사실상 농가 탄소감축 노력에 대한 정부의 보상 개념)하거나,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탄소감축 실적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친환경농업 확산 관련 내용을 보면, 농식품부는 지난해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에서 처음 거론한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중심의 친환경농업 기반 확충’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20개소의 집적지구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업 기반을 세우고,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진행지역을 지난해 25개소에서 올해 65개소로 늘리며 생산·소비·체험이 결합된 ‘유기농복합서비스단지’를 확대(2021년 5개소 → 2022년 6개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친환경농가 지원도 ‘과정 중심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농업 확대를 표방한다는 농식품부의 ‘말’과 달리, 정작 농식품부의 친환경농업 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친환경농업 확대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 하승수, 농본)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정책브리핑 <2022 농림축산식품부 예산분석>에서 올해 농식품부의 예산 편성 내용이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얼마나 적절한지를 분석했다.

올해 농식품부 친환경농업 예산은 1,165억5,700만원으로, 지난해 2,250억6,200만원보다 1,085억500만원 줄었다. 줄어든 예산의 대부분은 친환경농자재 지원예산(1,057억7,700만원)으로, 지방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유기질비료 사업이 행정안전부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자체로 이관됨에 따라 감액된 예산이다.

올해 친환경농업 예산 중 절반에 달하는 581억300만원은 친환경농자재 지원예산이며, 그 밖에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시범사업 예산 157억8,000만원, 친환경인증 관리예산 116억7,400만원,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지원예산(융자) 26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김형수 농본 정책2팀장은 정책브리핑에서 “거래 활성화와 소비 촉진을 제외하면 친환경농가 지원은 농자재 지원과 (친환경) 인증제도 유지에 편중돼 있다. 따라서 친환경농가를 보호·지원하고 확대할 방안은 전무한 상태”라며 “대체로 유기농자재·시설·장비 지원과 인증 중심의 예산 편성으로 무투입·무경운 등 다양한 친환경농법에 대한 지원을 포괄하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즉, 친환경농업 지원 또한 자재투입과 시설화 중심의 지원이며, 성분 검사 중심의 인증체계 하에서 농민들의 자율적이고 다양한 친환경 영농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친환경인증제 기반의 ‘결과 중심적 지원’만 농가의 ‘자발적 참여’ 및 ‘개별적 역량’에만 매달리며 진행되는 중이고, 농민의 주체적 농법 전환을 위한 기반 및 여건 마련을 지원하는 ‘과정 중심적 지원’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식품부가 54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저탄소 농림축산식품 기반구축사업’의 경우, 농가의 탄소감축 역량과 여건을 강화하고 전환에 적응토록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농가의 탄소감축 방법을 심사·인증하고 농가 개인의 역량과 책임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는 게 김 팀장의 진단이다.

“지자체 차원 친환경직불제 확대해야”

농식품부가 친환경농업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보이는 한계는 지자체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충청남도의 지난해 친환경농업 관련 사업비 566억원 중 유기질비료·토양개량제 등 농자재 지원사업 예산이 약 70%인 395억원에 달했다. 남은 171억원 중 국비·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 106억원을 제외하면 충남도 자체 친환경농업 예산은 64억원이었고, 그중 인증비·농자재 지원 관련 일회성 사업예산 35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 친환경농업 예산은 29억원에 그쳤다는 게 충남친환경농업협회(회장 정상진, 충남친농협) 측의 설명이다. 반면 친환경농업 직불금의 경우 지급기한 제한(3~5년) 등의 한계로 충남도 내 4,500여 친환경인증 농가 중 2,122농가(47%)에만 18억2,200만원이 지급될 뿐이다.

충남친농협은 지역 내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해 △도 농정예산 대비 친환경농업 예산 비중(3%)을 도 전체 경지면적 대비 친환경인증면적 비율(약 6.3%)에 맞게 확대 △충남형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실시 △도 자체 친환경직불제 확대 등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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