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 ‘쌀가루용 품종’ 심어 푼다

농식품부, ‘분질미’ 생산·소비 계획 발표

지난해 25ha 재배규모, 올해 100ha 늘려

‘전략작물직불금·공공비축미 매입’ 등 추진

“검증되지 않은 과도한 생산계획” 비판도

  • 입력 2022.06.11 09: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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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쌀 소비확대와 밀 수입 부담 완화 카드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분질미’ 즉 쌀가루용 쌀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비축미 매입과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등 생산농가 혜택에 수요처 발굴까지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4년만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400배 이상 확대할 경우 소비처 미확보 등의 부작용과 국내산 밀가루도 성공하지 못한 수입 밀가루 대체 가능성, 기후위기 속 흉년이 들었을 경우 밥으로 쓸 수 없는 문제 등은 우려 지점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8일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분질미 20만톤을 연간 공급해 쌀의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고, 연간 200만톤 가량의 수입 밀가루 10%를 대체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체계 마련 △산업화 지원 △가공식품 소비기반 확대 등 3대 주요 정책과제도 설정했다.

농식품부는 그간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가공산업을 적극 지원해 왔으나 가공적성의 한계, 높은 가공비용 등으로 새로운 수요처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떡류·주류·즉석제품류 등에 국한된 쌀 가공식품 범위를 넓히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할 수 있는 ‘분질미(건식제분이 가능한 쌀)’를 대체제로 내세운 것이다. 일반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된 단단함이 있어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드는 습식제분을 해야 했지만,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어 건식제분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제분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분 손상이 적어 가공에 훨씬 유리하다.

가공을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기 때문에, 농식품부는 ‘분질미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직불금을 지원해 2027년까지 200개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2021년 25ha(119톤)인 생산계획을 연차별로 올해 100ha(472톤), 2025년 1만6,000ha(7만5,000톤), 2026년 4만2,000ha(20만톤) 등으로 확대해 나간다.

생산농가에게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2023년부터 공익직불제 내에 ‘전략작물직불제’를 신설해 지급하며, 밀 전문생산단지(2022년 51개소) 중심으로 밀-분질미 이모작 작부체계도 유도한다.

생산된 분질미의 산업화 지원 계획도 밝혔다. 농식품부는 매년 3~5월 농가별로 분질미 매입계획을 체결한 후에 수확기 ‘공공비축미’로 매입하고 기존 밀가루를 분질미로 대체하는 실수요업체에 특별공급한다.

소비기반 확대를 위해선 생산자·소비자·제분업체·가공업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쌀가루 산업 발전 협의체’를 운영해 생산·이용 초기부터 노력하며, 분질미의 특성인 ‘글루텐프리’ 등 식품인증제 홍보에도 주력한다

농식품부는 분질미 산업화 활성화 대책으로 △쌀 가공산업 육성 △이모작 활성화를 통한 식량자급률 제고 △쌀 수급균형 △수입밀 대체 등의 효과를 전망했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분질미 수요는 현재 중소업체가 중심이지만 안정적이다”면서 “올해 100ha 생산계획에 70ha 정도는 이미 수요처가 확정돼 있다. 나머지 물량은 공공비축미로 전량 매입하고, 매입가는 일반 쌀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완점도 상당하다. 우선 현재 분질미로 재배안정성이 확인된 품종은 ‘바로미2(가루미2)’가 유일하고 단수가 일반 쌀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지난해 10a당 400kg 후반대 생산량을 기록했고, 일반쌀은 현재 10a당 520kg 생산된다.

김보람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지난 3년간 바로미2호 재배결과를 보니 생산단수가 다소 낮고 수발아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다. 수확량이 일반쌀에 비해 낮은 문제는 ‘전략작물직불’로, 수발아는 과다시비에 주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업체 중심인 분질미 소비처 확보를 위해 농식품부는 분질쌀과 쌀가루 1톤을 씨제이(CJ)제일제당·농심미분·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와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해 제분특성, 품목별 가공특성 등을 평가해 논의해 나간다. 내년에는 이를 100톤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쌀 소비확대 차원에서 가공 산업 활성화 문제를 고민하는 시도는 긍정적이다”면서도 “주식인 쌀에 대한 장기적인 소비촉진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엄 정책위원장은 “향후 분질미 생산이 급증했을 경우 공공비축미 매입이 기존 벼 재배농민들의 매입축소 피해로 전환되는 것의 문제라든가 쌀가루 소비처·국산밀도 성공하지 못한 수입밀 대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채 세운 과도한 생산계획이 또 다른 골칫거리로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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