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마늘 재배 농민들 냉해·가뭄 피해 구제 촉구

수확 서두르나 상품성 없어 팔지도, 종자로 쓰지도 못할 지경

농민들 “단양군만의 문제 아냐, 재해 인정하고 대책 마련해야”

  • 입력 2022.06.10 21:2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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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10일 단양군청 앞에서 ‘단양군 마늘농가 기후재난 피해 구제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농민들은 겨울 가뭄과 봄 냉해에 이어 긴 가뭄까지 겹쳐 단양 마늘 작황이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0일 단양군청 앞에서 ‘단양군 마늘농가 기후재난 피해 구제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농민들은 겨울 가뭄과 봄 냉해에 이어 긴 가뭄까지 겹쳐 단양 마늘 작황이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단양군 마늘 재배 농민들이 군청 앞에 모여 냉해·가뭄 피해를 호소했다. 10일 단양군청 앞에서 ‘단양군 마늘농가 기후재난 피해 구제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농민들은 겨울 가뭄과 봄 냉해에 이어 최근 긴 가뭄까지 겹쳐 단양 마늘 작황이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은 “수확해도 건질 게 없어 억장이 무너진다. 4월말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생육 불량 피해가 5월 가뭄 이후부터 심화됐다”며 “단양 마늘 수확 적기는 하지 전후지만 일찍이 마늘이 누렇게 시들어 버린 탓에 수확을 앞당기고 있다. 매포읍에서 지난 9일 마늘을 수확한 한 농민은 ‘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모양도 안 잡혔고 무게가 나가질 않아 팔 수 있는 것도, 씨로 쟁여둘 것도 하나 없다’고 한탄했는데, 단양군 관내 700여 마늘 재배 농민 대다수의 심정이 현재 이와 같다”고 전했다.

이명휘 단양군마늘생산자협의회장은 “마늘 생육이 너무 저조해 농민들의 피해가 말할 수 없이 커 오늘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 가뭄과 냉해로 뿌리내림이 잘 안 된 상태에서 비대기에 가뭄까지 겹치다 보니 생육장해가 발생했다”며 “이상기상으로 인한 재해임에도 피해는 농민이 고스란히 책임지게 생겼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확 전에 빨리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한 “지난해 벌마늘에 이어 올해도 생육장해가 심각하게 반복되는 만큼 단양군은 관내 주 작목인 마늘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자체 차원의 조례를 제정하든 피해 대책을 강구하라”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불합리성과 개선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운영 단양군농민회장은 “지금 8개 읍·면에서 수확을 준비 또는 진행 중인데, 수확조차 못할 농가가 상당히 많다. 지금 행정에선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피해 규모를 파악해 재난지역 선포 등의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조순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충북지역본부장은 “지난해 이맘때에도 90~95%에 달하는 벌마늘 피해로 이 자리에 섰는데, 올해 또 피해가 발생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단양 대표 작목이 마늘인데 피해가 발생하면 항상 농민들이 언성 높이고 소리쳐야 행정이 그제야 움직인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여선 단양군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주먹 크기만큼 커야 할 마늘이 탁구공보다도 작은 상황이다. 이는 이상기상으로 인한 것이며, 단양군만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 농민들의 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지만 농민들 본인의 일은 해결하지 못하는 이 현실을 반드시 바꿔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단양군청 앞에서 농민과 단양군농업기술센터 직원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농민이 들고나온 피해 마늘을 보고 직원이 “관수를 안 한 거다. 한 농가 피해 사례를 가지고 단양군 관내 전체 농가 상황이 그런 것처럼 확대하면 안 된다. 단양 마늘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농민들은 “현장을 와보고 그런 얘기를 해라. 지금까지 둘러본 5개 읍·면 수확 현장의 생육 불량 피해가 이보다 덜하지 않다”라며 “농민들이 직접 들고일어나기 전까지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만 있었으면서 지금까지도 현장 한 곳 둘러본 게 전부다. 수요일까지 피해 신고받겠다는 거 말고 지금 하는 게 뭐냐”고 따졌다.

덧붙여 농민들은 “유례없는 재난 상태에 빠진 마늘 농가들을 긴급 구제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 농협의 의무다. 농민단체와 민관이 적극적으로 피해 조사를 하고 열린 행정으로 피해 구제 방법을 긴급히 도출하는 것은 비단 마늘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노출된 모든 작목을 재배 중인 농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다”라며 △민관 합동 마늘 피해 실태 조사단 긴급 구성 △현장 실정에 맞는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정 △재난지역 선포 및 피해 구제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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