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질미 정책 우려된다

  • 입력 2022.06.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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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수위 인선 발표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밀가루보다 훌륭한 쌀가루를 가공하는데 10~20%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근본적으로 쌀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정식으로 임명되면 그 문제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황근 장관 취임 이후 28일 만인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장관의 관심 사항이 구체적 정책이 된 것이다. 쌀가루 활용 정책은 정황근 장관이 2016년 농촌진흥청장 시절부터 주창했다. 과거 농촌진흥청장 시절 경험을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되면서 윤석열정부 주요 농업정책이 됐다.

주기적으로 쌀 과잉이 발생하는 상황과 밀 자급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쌀 가공식품의 활성화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놓은 분질미 정책이 과연 실현 가능한 정책인가는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쌀 과잉을 대처한다며 여러 정책을 폈다. 총채벼 재배를 권장하기도 하고 논에 타 작목 재배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지속되지 않았다. 풍년이 들면 타 작목 재배를 권장하고, 흉년이 들면 폐기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쌀이 남는다고 하지만 풍흉에 따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우려된다. 과연 쌀이 항상 과잉일 것인가?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2022년 100ha 재배해서 475톤을 생산한다는 분질미를 4년만에 재배면적은 4만2,000ha 생산량은 20만톤으로 늘리겠다고 하는데, 불과 4년만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420배 늘린다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분질미에 ‘전략작물 직불제’를 신설해 지원하고 공공비축제도를 활용해 분질미 공급체계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결국 분질미를 공공비축미로 수매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공공비축미 수매량을 45만톤으로 늘렸다. 그렇다면 2026년에는 공공비축미 물량 45만톤 중 20만톤을 분질미로 수매하고, 25만톤만 일반 쌀을 수매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아울러 쌀가루로 밀가루 소비량의 10%를 대체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의문이다. 정부의 국산 밀 정책에 의하면 자급률 10% 달성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쌀가루로 5년 안에 수입밀 10% 대체하겠다고 한다. 2021년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1kg에 2,677원이다. 수입 밀 가격을 최고로 높여 잡아도 1kg에 600원에 불과하니, 차액이 2,000원이 넘는다. 정부가 쌀가루와 수입 밀가루의 가격 차를 지속적으로 보전해 줄 수는 없다. 그럴 예산이 있다면 쌀가루에 지원할 것이 아니라 국산 밀을 지원해서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밀 가공업체에서 쌀가루를 밀가루 대용으로 쓸 것이냐도 의문이다. 이미 수입 밀가루에 최적화된 생산체계와 품질 그리고 소비자 입맛을 정부가 권장하고 지원한다고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을까. 정부의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정책’은 환영한다. 그러나 무리한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주식인 쌀의 안정적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국산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심 정책이 돼야 한다. 분질미 사업이 쌀생산을 위축시키고 국산 밀 정책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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