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값 강세에도 생산비 못 건져” ··· 감자 주산지 ‘한숨’

연이은 가뭄에 노지감자 수확량 반토막

  • 입력 2022.06.05 20:20
  • 수정 2022.06.05 20:22
  • 기자명 김한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올해 노지 봄감자 출하가 한창이지만 가뭄이 지속되며 수확량이 감소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해 노지 봄감자 출하가 한창이지만 가뭄이 지속되며 수확량이 감소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확철을 맞아 주산지에선 노지 봄감자 출하가 한창이다. 감자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감자값 두 배 폭등’, ‘금(金)자 대란’과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는 보도와 달리 산지 분위기는 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달 도매가격은 5만7,148원(상품 20kg)으로 평년대비(4만83원) 높은 가격을 보였다. 저장감자 출하량이 감소하고 노지 봄감자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계속되는 가뭄과 부쩍 커진 일교차로 인해 발생한 피해다.

농경연이 지난달 실시한 표본농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25%만 작황이 좋고, 37%가 나쁜 상태다. 올해 봄감자 생산량은 34만1,000톤~35만4,000톤으로 전망되며 평년(38만422톤)대비 10.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락시장 가격전망위원회는 코로나 해제 이후 식자재용 판매량이 증가했으나 하우스감자가 종료되고 노지감자 작황이 좋지 못해 계약재배물량이 늘어 전체적으로 물량이 감소할 거라 예상했다. 이어서 가격이 안 좋았던 지난해 대비 이달에는 50% 이상 가격이 올라갈 거라고 내다봤다.

지난 2일 가락시장에서 감자는 3만5,124원(상품 20kg)에 거래됐다. 하지만 이런 감자값 강세에도 산지에선 오히려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소득보전조차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앞서 빠르게 밭떼기 거래를 한 농가의 경우 감자가격이 오른 것을 체감하지 못한 경우도 흔하다.

봄·가을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귀농 13년 차 농민은 “요새 한창 감자를 캐고 있는데 비가 안 와서 감자들이 성장을 못 했다. 작년엔 평당 10kg 정도 나왔는데 올해는 5kg도 안 나온 수준이니 수확량이 반절밖에 안 나온 셈이다. 가족끼리만 한다면 몰라도 우리는 인건비도 못 건지고 있다”라며 “농사 안 짓는 사람들은 가격이 올라서 좋겠다고 하는데 실제 농사를 지어보면 농민들이 불쌍하다. 손익이 하나도 안 맞다. 5일 간격으로 물을 줘야 하는데 특히 요즘에는 기계값이 비싸고 기름값도 많이 올라 양수기 돌릴 때 들어가는 휘발유값 부담도 크다. 그간 저금을 하나도 못했다. 그저 먹고 사는 것뿐이다”고 토로했다.

주산지 해남에서 터널재배를 하는 한 농민은 5월에 수확이 끝나 피해가 많이 없었다면서도 “우리야 관수시설이 잘 돼 있어서 가뭄 피해는 없었지만 노지나 하우스 재배하는 쪽은 전체적으로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년에 9~10만원 하던 인건비가 16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인력난을 호소했다.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국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유통하는 박정복씨에 따르면 농가마다 재배면적의 60%만 수확해도 다행인 편이다. 그는 “올해 감자 작황이 굉장히 안 좋다. 파종 면적은 많은데 40일동안 비가 안 오면서 생산량이 확 줄었다. 생산량이 줄었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농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잘해야 자기 인건비만 버는 수준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보통 4평에 1박스가 나오니까 지금 시세로 평당 9,000원을 받는 꼴인데, 비료값도 1만5,000원에서 2만7,000원까지 올랐고 특히 감자는 종자도 비싸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더하면 생산비가 평당 8,000~9000원은 들어간다. 굵은 감자는 그래도 괜찮지만 자잘한 감자는 1박스에 1만원대에 팔린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그만큼 생산량이 줄어 현장에선 생산원가도 못 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