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조사 속 축산물 수익률 놓고 올해도 ‘갈고리눈’

마리당 순수익 658% 기록한 산란계 두고 자극성 보도 잇따라
생산추이·사육환경 등 설명 없는 발표에 업계 성토 매년 이어

  • 입력 2022.06.02 17:41
  • 수정 2022.06.02 17:4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축산물생산비조사가 생산추이나 사육환경 등을 언급하지 않고 수치만 발표해 축산업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의 한 종계농장 인근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된 닭 수만 마리를 매몰시키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매년 5월 말 발표되는 축산물생산비조사에서 모든 축종의 생산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부 축종에서는 수익성이 급증한 것으로 발표됐다. 늘 그랬듯 자세한 배경 설명 없이 수치만이 단순전파된 까닭에, 언론에서는 최근 물가 상승세를 엮어 축산농가들의 수익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기사들이 꼬리를 물었다.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2021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사료값의 영향으로 2021년 축산물생산비는 전년 대비 모든 축종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이 14.1%로 가장 높았고, 육계·비육돈(7.9%), 송아지(7.6%), 한우비육우(6.0%), 육우(5.2%), 우유(4.2%) 순이었다. 

이 같은 생산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총수입에서 사육비를 뺀 순수익은 대부분의 축종에서 증가했다. 산란계의 경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살처분 여파 등으로 산지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을 받아 658%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밖에도 증감률이 두드러진 한우비육우(406.9%)를 비롯해 육계(69.9%), 비육돈(44.9%), 한우번식우(8.9%) 등도 축산물 산지 가격이 수익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언론을 통해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어 전파됐는데 하나는 일제히 증가한 축산물 생산비 및 그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모습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부 축종을 중심으로 급등한 농가 수익에만 집중 조명하는 형태였다. 후자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658% 급증’, ‘수익률 껑충’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들이 잇따랐다.

이렇게 높은 수치는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겨울까지 고병원성 AI 탓에 홍역을 치른 양계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방역 조치의 영향을 받은 2017년엔 이번 조사결과와 비슷하게 통계상 순수익이 550.8%나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외부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늘 정상 생산을 마친 농가만을 조사 표본으로 삼기에 생기는 결과다. 급등한 당해 시장가격을 생산비와 단순 대비할 경우 당연히 높은 수익률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대규모 살처분 조치로 인해 휴·폐업한 많은 농가의 수익 변동은 사실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음에도 그로 인해 발생한 높은 시장가격은 그대로 적용된다. 

축산물생산비 조사기준에 따라 조사대상으로 삼는 표본 농가가 폐업하거나 일정 기준 이하로 사육 규모가 감소할 경우 표본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대상을 찾게 돼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병원성 AI로 농가가 폐업하는 경우 표본을 대체해 기록하게 돼 있다”라며 “전염병 때문에 큰 피해를 봤는데 어떻게 수익이 올랐느냐고 할 수 있지만, 양계 농가의 수익성이 아닌 (정상 생산을 마친) 마리당 순수익을 따지는 통계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곤 해도 통계청의 공식 발표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농가 입장에서 산업의 현주소를 함께 해석하려는 노력의 부재가 크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들조차 사실상 업계 전체의 수익성인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접하는 대중들의 올바른 이해를 바라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처분 농가들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예정에도 없던 페널티를 적용받아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있고 선별포장업 규제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다”라며 “생산하는 농가들도 유통구조 때문에 150원 생산비를 들여 165원에 계란을 내고 있는데, 단순히 예년 대비 계란 가격이 얼마만큼 오른 것만 갖고 계산해 수익성이 이렇게 높다 발표하는 것이 맞다 보느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2021년 초 방역 당국은 산란계만 약 1,600만수를 살처분했는데, 이는 평년 국내 사육두수의 약 22%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2020년 4/4분기와 2021년 1/4분기 사이 공식 통계상 농가 수·사육두수의 간극만 해도 각각 139농가·1,000만수에 이르지만, 발표는 물론이고 이를 활용한 보도들은 이 같은 사실을 덧붙이는 것에조차 무관심했다. 산란계의 수익성이 2020년에는 평년수준을,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2년 연속으로 ‘-’를 기록했던 최근 추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축산업계에서는 이 조사를 신뢰성이 담보된 공표로 삼을 수 없다는 반발이 거의 매년 일어나는 상황이다. 비육돈 농가 수익이 ‘640%’로 발표된 지난해 역시 대한한돈협회가 “2020년 비육돈 순수익(4만7,000원)은 2013년 이래 최대 폭락한 2019년(6,000원)에 비해 ‘반등’ 내지는 겨우 2018년 수준까지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엉터리 해석’이라고 맹공하기도 했다.

한편 낙농은 이번 조사에서 순수익이 유일하게 감소했다. 다른 축종들과 마찬가지로 사료값 상승이 주원인이 돼 지난해 L당 생산비는 843원으로 4.2%(34원)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농가 사육비가 3%p 올랐으나 농가의 총수입은 약 1%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젖소 산유량까지 마리당 0.4L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젖소 한 마리를 키워 발생하는 순수익은 전해 대비 8.5%(22만7,000원)가 감소했다. 덧붙여 지난해 마리당 순수익에서 57만4,000원의 손해를 기록한 육우는 그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23만1,000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