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지리산 들녘, 농부가 빚은 예술작품들

  • 입력 2022.05.29 18:00
  • 기자명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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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이 ‘오래전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 부르는 5월, 지리산 자락의 들녘은 무척 바쁜 달이다. 논에 물을 대고 모판을 준비하고 모내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달리 심했던 겨울 가뭄에 이어 계속되는 봄 가뭄에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하지만 어렵게 어렵게 논에 물을 채우고 모내기는 시작되었다.

지리산 자락의 논들, 특히 다랑논에 모가 심어지는 걸 보면서 식량에, 경관에, 저수지에, 산소공장 역할까지 이 엄중한 기후위기의 시대에 논은 확실한 멀티플레이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논 위의 농부들은 아티스트임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수당의 필요성을 다시금 주장한다. 저 아름다운 예술작품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실적인 금액의 농민수당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달라 빚’을 내서라도….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평사리 부부송을 배경으로 손모를 내고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밀레의 만종보다 더 진한 감동이….
딱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평사리 부부송을 배경으로 손모를 내고 계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밀레의 만종보다 더 진한 감동이….
필자가 날마다 만나는 우리 동네 외송 들녘, 어렵사리 논물을 가두고 써레질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마치 엄숙한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
필자가 날마다 만나는 우리 동네 외송 들녘, 어렵사리 논물을 가두고 써레질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마치 엄숙한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
운무가 산자락을 감싼 새벽녘에 모내기 끝낸 논두렁을 살피는 동네 어르신, 쌀 한 톨이 그저 만들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운무가 산자락을 감싼 새벽녘에 모내기 끝낸 논두렁을 살피는 동네 어르신, 쌀 한 톨이 그저 만들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평사리 들판은 친환경 농업지구로 지정돼 경관농업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형제봉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등을 건설하려는 ‘하동알프스프로젝트’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평사리 들판은 친환경 농업지구로 지정돼 경관농업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형제봉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등을 건설하려는 ‘하동알프스프로젝트’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에 있는 상황마을 다랑논을 산청 간디학교 아이들이 지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에 있는 상황마을 다랑논을 산청 간디학교 아이들이 지나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하동 서당마을, 고봉밥 같았던 풍성한 꽃들은 모두 졌지만 농부들에게 초록 그늘을 내어주는 350세 이팝나무 어르신과 어린 모들의 모습이 너무 평화롭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하동 서당마을, 고봉밥 같았던 풍성한 꽃들은 모두 졌지만 농부들에게 초록 그늘을 내어주는 350세 이팝나무 어르신과 어린 모들의 모습이 너무 평화롭다.
지리산 자락으로 귀농해서 21년째 유정란 농사를 짓고 있는 최세현 지리산생명연대 대표의 지리산 자락 사진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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