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동양봉은 ‘풍작 속의 흉작’

아카시나무 순차 개화로 최적의 양봉환경 나타나
“손상된 봉군 회복하지 못한 농가들 매우 안타까워”

  • 입력 2022.05.26 19:2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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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올해 아카시 꿀 작황이 매우 좋다면서도 지난겨울 월동 봉군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생산량은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 회장은 올해 아카시 꿀 작황이 매우 좋다면서도 지난겨울 월동 봉군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생산량은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봉업계가 본격적인 이동양봉철을 맞아 민관합동으로 점검한 올해 ‘꿀 작황’은 대풍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정확한 생산량은 가늠할 수 없지만, 한 개의 봉군을 통해 채밀할 수 있는 꿀의 양은 평년작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지난겨울 폐사한 월동 꿀벌이 워낙 많은 탓에 평년의 생산량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양봉협회·농촌진흥청·농림축산검역본부는 전업 양봉 농가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북상하며 지난 24일 강원도 철원군 일대의 이동양봉장을 찾아 채밀현황을 조사했다. 지난겨울 꿀벌 폐사 이후 첫 수확인 데다 2년 연속으로 기록적인 벌꿀 생산량 감소가 있었던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양봉협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회원으로 등록된 2만4,000여 농가 중 4,500농가에서 42만군, 84억마리가 소멸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군당 입식비용이 30만원 선까지 오른 점을 감안할 때 추정되는 농가 피해액은 1,200억원을 넘어선다. 수확량의 경우 지난 두 해를 합쳐도 평년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3만5,000톤 정도가 생산됐다.

당시 농진청과 검역본부는 이상기후로 꿀벌 먹이가 부족해져 면역력이 저하된 데다 지난해 가을철 저온현상 발생으로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오히려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주된 요인으로 봤다. 여기에 응애류 대응을 위한 약제 사용량 증가로 인해 꿀벌 발육이 좋지 않았고, 외래해충인 등검은말벌 피해 증가 등이 월동 꿀벌의 약군화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행스럽게도 농가들이 ‘대흉작에 이은 흉작’이라고까지 칭하는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아카시나무 꽃이 적절한 시차를 두며 전국적으로 활짝 피었다. 이날 한국양봉협회와 함께 양봉현장을 찾은 이만영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은 “기후가 좋아 3일만 지나도 수분 19% 이하의 숙성꿀이 생산되며, 남에서 북에 이르기까지 아카시아의 동시개화 현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에 나선 농가들 역시 올해 대풍에 가까운 아카시 꿀의 작황을 확인했다. 지난 1979년부터 43년째 양봉을 하고 있는 류재광씨도 이날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인근의 양봉장에서 “지난해에도 문경·아산·연천·철원에서 네 번 채밀했는데 꿀이 여섯 드럼(288kg들이)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는 벌써 스무 드럼을 채취하고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벌집을 내려놓은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이 정도면 꿀이 매우 잘 든 편이다. 현재까지 본 바론 작황이 매우 좋다. 벌이 있는 벌통을 갖고만 있다면 생산량은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벌의 감소로 생산량은 평년보다 많이 적을 것이다. 벌이 많이 줄어든 벌통은 수확량이 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벌을 잃은 농가들이 너무 많아 대풍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라며 “이런 풍년 속에서도 (제대로) 채밀을 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풍작 속의 흉년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걱정했다.

최용수 농업생물부 잠사양봉소재과 연구관은 “많은 농가가 폐사 후 계상(벌집의 크기를 키워 무리를 강화하는 것)을 했지만, 올해도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해 벌을 추가로 들이지 않거나 벌을 늘리지 못한 농가들은 채밀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가들이 역대 최악의 꿀벌 실종 사태를 겪은 가운데 내년 꿀벌 생육 상황은 훨씬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조심스레 나타냈다. 최 연구관은 “작년처럼 채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꿀벌들의 면역력이 약해지고, 또 이를 계속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주게 된다”라며, 꿀 풍작으로 나아질 꿀벌의 면역력 덕에 올해 월동꿀벌의 생존력은 꽤 나아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이 이동양봉 농가의 채밀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이 이동양봉 농가의 채밀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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