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마늘 가뭄 피해 심각한데 정부 ‘나 몰라라’ … 애타는 농민들

마늘밭, 고온·가뭄으로 엎친 데 덮친 격

남도마늘 주산지서 생산량 30% 감소 예상

“가격 올라도 수확량 떨어지면 의미 없어”

  • 입력 2022.05.22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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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마늘밭. 파종기 고온현상으로 발아가 안 된 탓에 한 눈에도 결주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전라남도 해남군 북평면 마늘밭. 파종기 고온현상으로 발아가 안 된 탓에 한 눈에도 결주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올해 마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남도마늘의 주산지인 제주도와 전남 해남·무안·고흥 등에서 생산량 20~30% 감소가 예상돼 수확을 앞둔 산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유독 작황이 안 좋은 데는 겨울부터 지속돼온 가뭄의 영향이 크다. 마늘의 경우 물이 가장 중요한데, 수분을 머금어야 할 시기에 계속 비가 오지 않아 마늘이 평년만큼 자라지 못하고 구도 작게 형성됐다. 농민들은 평소보다 더 공들여 말라있는 마늘밭에 물을 댔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마늘 농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9월 극심한 더위가 찾아왔고, 파종 후 비가 오면서 비닐 속 온도가 올라가 마늘이 썩는 바람에 발아율이 낮은 상태로 시작됐다. 파종기 고온현상으로 인해 결주가 많은 상태에서 겨울이 지나 봄까지 가뭄이 이어진 것이다.

박복남 한국마늘생산자협회 완도지회장은 “지금까지 마늘 농사를 지으면서 이렇게까지 봄비가 안 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처럼 관수를 많이 했던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기상청 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5.6일로 평년(8.4일)대비 강수량이 적었고 이는 1973년 이후 하위 5위를 차지한다. 지난 2~3월에는 전남·경북 지역에 기상가뭄(특정지역의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기간(최근 6개월 누적)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있었다.

마늘을 뽑아든 농민은 “가뭄으로 인해 마늘이 덜 자랐다. 원래 1합 2~3지 정도 커야 하는데 구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마늘 대가 얇고 새순이 말라있다.
마늘을 뽑아든 농민은 “가뭄으로 인해 마늘이
덜 자랐다. 원래 1합 2~3지 정도 커야 하는데
구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마늘 대가 얇고 새순이 말라있다.

농민들이 가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정부에선 아직 대책이 없는 상태다. 허용식 전라남도마늘생산자협회 사무처장은 “고흥과 제주에서 이미 첫 공판에 들어갔기 때문에 (올해 작황상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농식품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군과도 얘기해봤는데 대책이 없다. 행정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가격 올랐지 않느냐’고만 말하고 있다”라며 “마늘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확량이 안 나오는 상태에서 가격이 비싼 건 의미가 없다. 보상이 되든 안 되든 전수조사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고흥 녹동농협에서 있었던 주대마늘 첫 경매에선 고흥 내 생육·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반입량이 지난해 대비 11.3% 감소했고, 구 크기가 작고 중·하품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락가도 9.6% 하락했다. 작황부진으로 인해 전체 평균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 수취가격도 하락할 전망이다.

명경옥 해남군마늘생산자협회장은 “작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단가가 오르면 생산자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 마늘가격이 올라간 만큼 인건비·생산비·자재비도 올랐고, 그러면 또 우리나라 농정의 주특기인 수입산이 들어온다”고 허탈해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은 “우선 우리 밭만 따지고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늘들이 무름병처럼 내려앉아 노래졌고 아예 구 형성을 못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크게 형편없는 수준이다. 마늘 심을 때 비가 많이 오고 더위가 찾아와서 구멍 수가 엄청 비어있다”고 하소연했다.

박태환 제주도마늘생산자협회장은 “4월 초 중순까지 기온이 낮아 구가 제대로 크지 못해 상품보다 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평년보다 비가 적게 왔지만 주산지인 대정쪽에 관수시설이 잘 돼 있어 가뭄피해는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작년에 가을장마와 고온으로 파종이 늦어졌고 일찍 심은 것들은 고온피해로 결주가 많이 생겨 전체적으로 작황이 많이 안 좋은 상태다. 이번 주부터(21일) 수매에 들어가는데 20% 정도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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