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올해 마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남도마늘의 주산지인 제주도와 전남 해남·무안·고흥 등에서 생산량 20~30% 감소가 예상돼 수확을 앞둔 산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유독 작황이 안 좋은 데는 겨울부터 지속돼온 가뭄의 영향이 크다. 마늘의 경우 물이 가장 중요한데, 수분을 머금어야 할 시기에 계속 비가 오지 않아 마늘이 평년만큼 자라지 못하고 구도 작게 형성됐다. 농민들은 평소보다 더 공들여 말라있는 마늘밭에 물을 댔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마늘 농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9월 극심한 더위가 찾아왔고, 파종 후 비가 오면서 비닐 속 온도가 올라가 마늘이 썩는 바람에 발아율이 낮은 상태로 시작됐다. 파종기 고온현상으로 인해 결주가 많은 상태에서 겨울이 지나 봄까지 가뭄이 이어진 것이다.
박복남 한국마늘생산자협회 완도지회장은 “지금까지 마늘 농사를 지으면서 이렇게까지 봄비가 안 온 것은 처음이다. 올해처럼 관수를 많이 했던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기상청 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는 5.6일로 평년(8.4일)대비 강수량이 적었고 이는 1973년 이후 하위 5위를 차지한다. 지난 2~3월에는 전남·경북 지역에 기상가뭄(특정지역의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기간(최근 6개월 누적)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있었다.
농민들이 가뭄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정부에선 아직 대책이 없는 상태다. 허용식 전라남도마늘생산자협회 사무처장은 “고흥과 제주에서 이미 첫 공판에 들어갔기 때문에 (올해 작황상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농식품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군과도 얘기해봤는데 대책이 없다. 행정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가격 올랐지 않느냐’고만 말하고 있다”라며 “마늘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수확량이 안 나오는 상태에서 가격이 비싼 건 의미가 없다. 보상이 되든 안 되든 전수조사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고흥 녹동농협에서 있었던 주대마늘 첫 경매에선 고흥 내 생육·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반입량이 지난해 대비 11.3% 감소했고, 구 크기가 작고 중·하품 비율이 늘어나면서 경락가도 9.6% 하락했다. 작황부진으로 인해 전체 평균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 수취가격도 하락할 전망이다.
명경옥 해남군마늘생산자협회장은 “작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단가가 오르면 생산자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 마늘가격이 올라간 만큼 인건비·생산비·자재비도 올랐고, 그러면 또 우리나라 농정의 주특기인 수입산이 들어온다”고 허탈해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은 “우선 우리 밭만 따지고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늘들이 무름병처럼 내려앉아 노래졌고 아예 구 형성을 못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크게 형편없는 수준이다. 마늘 심을 때 비가 많이 오고 더위가 찾아와서 구멍 수가 엄청 비어있다”고 하소연했다.
박태환 제주도마늘생산자협회장은 “4월 초 중순까지 기온이 낮아 구가 제대로 크지 못해 상품보다 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평년보다 비가 적게 왔지만 주산지인 대정쪽에 관수시설이 잘 돼 있어 가뭄피해는 크지 않았다”라면서도 “작년에 가을장마와 고온으로 파종이 늦어졌고 일찍 심은 것들은 고온피해로 결주가 많이 생겨 전체적으로 작황이 많이 안 좋은 상태다. 이번 주부터(21일) 수매에 들어가는데 20% 정도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