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촌에 단비를

  • 입력 2022.05.22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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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양파·마늘 수확철을 맞아 남도에 들를 일이 많았다. 농민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본 황금색 보리밭이 장관이었다. 적당한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 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목적지에 내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찰나 농민들의 가슴앓이가 시작됐다. 요지는 적기에 비가 오지 않아 마늘 작황이 매우 안 좋은 상태이고,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어도 이대로라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남에 다녀온 직후 서울에 비가 왔다. 예보 없이 등장한 비였다. 출근길 빗속을 가로질러 지하철역까지 뛰어가면서 엊그제 만났던 농민들이 생각났다. 마늘밭에 비가 내리는 걸 보면서 흐뭇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빗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게 막걸리 한두 잔 걸치고 있지 않을까….

도시에선 모두들 비 오는 걸 싫어한다. 신발과 가방이 젖고 건물마다 물바다에 비닐 쓰레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농촌은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으면 농민들은 날마다 애간장을 태우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처럼 가뭄과 같은 천재로 인한 피해는 사람이 어찌하지 못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몇몇 지원대책이 있지만 실제로 농가가 혜택을 받기까지는 조금 험난한 게 사실이다. 피해가 있어도 농민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밭에서 일하는 것도 벅차 보였던 해남에서 만난 농민은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들을 못 하고 있으니까 이 작은 마을에서 우리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비가 왔던 날 땅끝마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는 걸 늦게서야 알게 됐다. 6월에는 봄가뭄으로 지쳐있는 전국의 농가에 단비와 함께 비만큼 반가운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논밭에서뿐 아니라 아스팔트에서, 정치판에서 농사를 이어나가고 있는 농민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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