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식용유 구입제한 … 국내 곡물자급률 ‘확보’ 시급

정부, 공급선 다변화·쌀가루 ‘미봉책’만 나열

국가 식량자급계획·생산기반 확대 등 중요

  • 입력 2022.05.20 15:52
  • 수정 2022.05.23 09:0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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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수입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공급’ 상황은 안전하다며 불안심리 진화에 나섰으나 문제는 불안정한 요인들이 장기화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단기적 해법이 공급선 다변화라면 장기적 해법은 ‘국가의 식량자급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대형유통업체가 밀가루·식용유 등을 제한판매하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 15일 농식품부는 ‘인도산 밀 수출 금지’ 문제에 “국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코스트코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9일 식용유류(올리브유·옥수수유·포도씨유 등 포함)는 1인 1개, 밀가루는 1인 2개로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 이미 국제 밀가루값은 폭등세를 유지하고 있고, 인도가 자국산 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국제곡물시장이 요동치는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도는 밀의 국제가격 상승, 올해 자국 내 이상고온에 따른 작황부진 등의 이유로 밀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이다.

농식품부는 “우리나라는 연간 334만톤의 밀을 제분용과 사료용으로 수입(2020년 기준)하고 있는데, 제분용은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전량 수입하고, 사료용은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 등에서 수입한다”고 설명하면서 “국내 업계는 제분용 밀의 경우 8월 초(계약물량 포함시 10월 말), 사료용 밀은 10월 초(계약물량 포함시 2023년 1월 말)까지 사용량을 보유중”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올해 사료용으로 인도산 밀을 처음 수입했었다”면서 사료용 밀은 가격에 따라 대체제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인도의 밀 수출금지 조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뜻이다.

지난 18일엔 ‘식용유 공급 문제’에 대한 농식품부 브리핑이 있었다. 식용유 역시 대형 유통업체에서 ‘1인당 1개만 구매’ 등 구입제한 방침을 밝혀 파장이 커졌다. 이는 원재료 값이 폭등하면서 식용유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사재기 조짐’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 5월 3째주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1년 전 3,855원보다 28% 올랐다.

브리핑에서 전한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국내 식용유 연간 소요량은 대두유 60여만톤, 팜유 20여만톤 등 약 114만톤 수준이며, 이 중 대두유 20만톤, 옥수수유 4만톤 등 24만톤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90만톤은 주로 수입 후 정제 과정을 거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공급사들은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해 2~4개월 가량 재고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밀가루와 식용유 모두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단기간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공행진 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은 논외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수출봉쇄조치 등에는 사실상 대책이 없다. 특히 국내 자급률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빠져있어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국내에 가공시설이 없어서 기본적인 식자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외국에 절대적으로 원료를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정부가 단기대책만 나열하고 있는데, 장기적 해법 없이 해결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원료수입에 불안정한 요소가 크고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GMO 원료 수입까지 국민 건강에 위해요소가 많은 상황에 건강하고 안정적인 국가 식량자급계획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수치를 높이는 보여주기식 자급계획이 아닌 실현 가능한 세부적인 장기계획을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값 고공행진에 ‘쌀가루’ 대안을 제시하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에 대해서도 “실현가능성 없다”는 의견이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폭등하는 밀가루 문제를 쌀가루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글루텐이 없는 쌀가루 특성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빵을 생산할 수도, 라면을 생산할 수도 없다. 이미 소비자들 입맛은 밀도 국가별 품종별로 구분해 소비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보다 자국산 밀 사용에 앞서가는 일본도 올해 100만톤 자국산 밀가루 사용량 대비 쌀가루 4만2,000톤을 소비할 예정이라고 잔뜩 고무돼 있다. 사용량을 비교해보면 쌀가루 상용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는데, 하물며 우리나라의 경우 쌀가루를 밀가루 대체로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이는 국제곡물가격 인상 대책 논의가 산으로 가는 격이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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