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어버이날 보약과 요양원

  • 입력 2022.05.15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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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5월 8일 어버이날은 1956년 어머니날로 시작해 1973년 어버이날로 바뀐 뒤 지금껏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 각 나라마다 비슷한 의미의 기념일이 있으며 날짜는 다소 차이 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어버이날이 되기 전 부모님 보약을 해드린다면서 내원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으나 현재는 그런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시절이 흘러 자녀분들의 효심이 적어진 것이 아니라 보약 대신 다른 대체재들이 많이 생긴 결과입니다.

이번에 이 제목의 글을 쓰게 된 것은 칼럼을 써야 할 즈음 어버이날도 되고 최근 환자분들의 약 처방에서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이 부모님 약 처방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오히려 평소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중년의 자식 약을 부탁하곤 합니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은 까마귀도 지극히 자기 어미를 공양한다는 데서 나온 사자성어인데 요즘 부모님들은 다 큰 자식 보약도 챙겨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이 지극하고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자식세대가 부모세대의 경제력을 능가하지 못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성년의 아들 보약을 지어가신 80대 어머님이 다시 한의원에 오셨습니다. 전에는 아들 것만 지었는데 이번에는 아들 것이랑 본인 약도 짓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안 그래도 아드님보다 어머님이 약을 지으셔야겠건만 저번에는 제가 그 말을 못했다”며 웃으면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진료의 시작은 항상 어디가 제일 불편하시냐는 질문으로 진행됩니다. 혹은 왜 약을 드시려고 하는지 여쭤봅니다. 이때 이 어머님의 대답이 가관이라고 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요양원 안 가려고”였습니다. 약을 먹고 안 아파야지, 더 아프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면 요양원 가야 되는데 그게 죽기보다 싫으시답니다. 그래도 자식들한테 짐 안되려면 요양원 가야 안 되겠냐고 하십니다.

2018년 기사에 의하면 가족과 거주하는 노인에 비해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어르신 비율이 32배나 높다고 합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몇 년 만에 찾아온 환자분에게 요즘 어린이집 어떻냐고 질문했더니 안 그래도 얼마 전 어린이집 그만두고 주간노인보호센터 차렸다고 하시는 분이 계실 정도입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보약이 되든 무엇이 되든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부모님과 식사라도 같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효도가 기념일마냥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보약 같은 일회성 마음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시대에는 자주 전화를 드리는 것이 오히려 보약보다 훨씬 좋습니다.

부모님들은 항상 내리사랑입니다. 받기보다는 주려고만 하십니다. 어찌 보면 자식일 때는 이 마음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저 또한 글로만 이렇게 적지 그 마음 다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 저도 1년에 한 번 어버이날 즈음에만 이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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