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나던 순간,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하던 순간을 지켜보며 머릿속이 복잡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하며 남긴 말은 “저는 해방됐다”였다. 지난 5년간 대통령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 무게감으로부터 해방됐다는 뜻일 테다. 문 전 대통령은 “뉴스 안 보는 것만 해도 어디냐”면서 해방감을 만끽했다.
맞다. 문 전 대통령은 해방됐다. 5년 전 촛불항쟁 당시 온 국민이 한겨울에 촛불 들고 외쳤던 ‘적폐청산’ 명령으로부터 해방됐다. 당연히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담보해야 하는 책임으로부터도 해방됐다. 쌀 등 각종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 CPTPP·RCEP·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등 나라 밖의 파고로부터 농민을 보호할 ‘국가책임 농정 실현’ 의무, 이 모든 의무로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방됐다.
위의 의무들을 실천하고자 최선이라도 다했다면, 아니, 하다못해 퇴임하던 날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라도 했다면, 그가 누리는 ‘해방의 기쁨’에 대해 굳이 가타부타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양산으로 향하던 그의 표정에선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됐다는 기쁨과 안도감밖에 읽히지 않았다.
같은 날, 윤석열 신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돼야 한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라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가 농지를 투기 목적으로 마음껏 사고팔 수 있는 자유가 아니길, 온 사방에 우리 농업을 개방하는 ‘자유무역’의 자유가 아니길 농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의 전제조건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거론했다. 시장경제 체제는 농지를 사고팔 자유도, 자유무역의 자유도 허용한다. 그가 말한 35개의 자유 중 ‘농민이 마음 편히 농사지을 자유’는, 적어도 현재로선 찾아보기 힘들다.
무책임하게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는 전직 대통령과 정체불명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새 대통령 사이에서 머릿속이 복잡한 본 기자와 달리, 농민들의 머릿속은 명쾌히 정리됐다. ‘해방’과 ‘자유’ 사이, 농민들은 다시금 ‘투쟁’이라는 무기를 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