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돼지고기, 덜 익혀먹어도 되나요?

  • 입력 2022.05.1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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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번화가 식당 중에 돈까스나 돼지고기 스테이크의 익힘 정도를 ‘미디엄’으로 내는 곳이 많이 생겼는데요. 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어야 안전한 것 아니었나요?


A. ‘돼지고기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건 기생충 때문입니다. 선모충(Trichinella spiralis)은 인수공통 기생충인데, 가축 가운데 대표적인 숙주동물이 돼지입니다. 덜 익은 돼지고기에 선모충 유충이 있다면 그것을 먹은 사람 역시 감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산 돼지고기에서 선모충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인분사육 등 사양기술이 낙후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료·약품을 포함한 모든 양돈 사양조건이 선진화돼 기생충이 발생할 우려가 희박합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국산 돼지고기의 기생충 위험은 사라졌다 보는 게 통설이며, 만에 하나 고기에 선모충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중심온도 63℃ 이상에서 3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합니다. 중심온도 63℃는 ‘미디엄’ 굽기의 온도입니다.

조심할 건 기생충이 아니라 식중독입니다. 잘못 관리된 고기를 덜 익혀 먹을 경우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돼지뿐 아니라 모든 육류에 해당하는 얘깁니다.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혹시 있을지 모를 살모넬라균이 사멸하도록 육류를 중심온도 75℃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해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중심온도 75℃는 ‘웰던’에 가까운 온도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미디엄은커녕 아예 익히지 않은 쇠고기 육회조차 우리 식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먹어선 안된다는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식당을 선택하고 여름철엔 좀더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혹 ‘덜 익혀 먹어도 되는 돼지고기는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뿐’이라는 속설이 들리는데 이는 거짓입니다. 돼지고기 위생안전성은 생산·유통·보관·조리과정에 의해 좌우되며 품종과는 무관합니다.

권순창 기자, 자문: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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