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앞둔 마늘 산지 ··· “가격 좋아도 웃지 못해”

반복되는 가격폭등락 ··· 매년 불안감 안고 농사지어
인건비·운임비 부담 커 ··· “전남에도 산지경매장 필요”
가격 오르면 수입카드 ‘번쩍’ ··· 제대로 된 통계 부재

  • 입력 2022.05.15 18:00
  • 수정 2022.05.18 09:05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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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수확을 앞둔 전남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 마늘밭에서 박복남 지회장이 마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박 지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완도군은 농민에 대한 지원이 매우 적다. 항의하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생산자단체를 만들고 지회장까지 하게 됐다. 다들 나이 먹고 힘들어하지만 농가들을 설득해서 같이 해나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수확을 앞둔 전남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 마늘밭에서 박복남 지회장이 마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박 지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완도군은 농민에 대한 지원이 매우 적다. 항의하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생산자단체를 만들고 지회장까지 하게 됐다. 다들 나이 먹고 힘들어하지만 농가들을 설득해서 같이 해나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마늘 수확철을 앞두고 산지는 마지막까지 밭에 물을 대느라 여념이 없다. 오는 18일은 전라남도 완도군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농민의 첫 수확날이다.

제주와 전라남도, 남해 등지에서 재배되는 남도마늘은 5월 하순부터 가장 먼저 수확되는 종이다. 완도의 경우 주산지는 아니지만 제주도를 제외하고 육지에서 가장 먼저 남도마늘이 수확되는 지역이다. 이곳에선 이달 20일 안에 수확이 마무리되고, 6월 초가 되면 해남에서 수확을 시작한다.

수확을 기다리는 완도산 햇마늘은 22일 서울 강서시장으로 운반된 후 다음날 경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마늘 수확 날짜를 받아 놓은 농민의 표정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마늘은 특히나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목이다. 농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확철은 ‘인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쟁’이다.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마늘을 뽑고 자르고 일일이 망에 담아 서울로 올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수확철이 되면 인건비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간다. 경매장에 하루만 늦게 가도 가격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비싼 인건비를 감수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농민의 설명이다.

망 작업을 하는데도 비용이 꽤 들어가지만 땅끝에서 서울까지 운송하는 운임비도 만만치 않다. 농협에 내는 알선수수료, 도매법인에 내는 판매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소농의 경우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복남 한국마늘생산자협회 완도 지회장은 “완도에서는 인건비도 두 배고 작업환경이 너무 안 좋아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농민들이 농사를 다 포기 해서 한참 많았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마늘 농가가 15% 정도만 남아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주산지마다 경매장이 있는데 전남에만 없어서 포전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남도에서 거래되고 있는 마늘·양파뿐 아니라 일반 채소들까지 유통할 수 있는 경매장이 있으면 농가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021년산 난지형 마늘 재고량은 평년 대비 2% 감소(1만 3,000톤)했고, 2022년산 마늘 생산량도 30만1,000톤에서 30만9,000톤 내외로 평년 대비 7.4~9.9% 감소했다.

저장마늘 재고량 감소와 재배면적 감소(평년대비 -8.8%), 감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마늘가격에 대한 전망은 다행히 좋은 편이다. 지난 11일 가락시장에서 남도 햇마늘은 5,440원(kg)에 거래됐다. 하지만 농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 한해 한해 달라지는 가격으로 소득이 불안정하고, 올해 잘 되더라도 다음해에는 어떨지 몰라 불안감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다.

박복남 지회장은 “작년만 같아도 마늘 농사지을만한데 재작년에는 완전 죽 쒔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어떤 해는 좋고 어떤 해는 안 좋은 게 너무 심하다”며 “마늘뿐 아니라 지금 농민들이 다 힘들다. 인건비가 15만 원까지 올라갔고 약값은 20% 정도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점점 더 심해지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과 농촌인력의 부재, 비료·농약값 상승 말고도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또 있다. 박 지회장은 “상인들이 마늘을 쥐고 있으면서 더 오르기를 기다리느라 시장에 안 풀면 정부는 물가 잡는다고 바로 수입해 버린다. 항상 이런 식이다” 라며 “통계를 보고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입해야 하는지 조절해야 하는데, 전국 통계도 엉망이다. 수급조절이 잘 되면 (농산물 가격이) 좀 안 정될 텐데 지금은 (마늘이) 많은지 부족 한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지금 완도군 통계를 보면 마늘 농가 재배 면적이 230ha라고 하던데 내가 봤을 땐 20ha도 안 된다. 옛날 통계를 그대로 가져온 거다. 표본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라며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정확한 정책을 세울 수 있다. 통계 없는 정책은 주먹구구다. 혹자는 ‘정부 발표에 정확히 반대로 움직여야 돈을 번다’고 말하기도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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