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논바닥을 평평하게 다지는 써레질을 막 끝낸 참이었다. 한 필지가 조금 넘는 논이었다. 트랙터 후미에 결합한 써레를 접고 시동을 껐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논으로 내려서는 찰나, 무릎을 짚은 주름진 손등에 시선이 멈췄다.
여러 갈래로 도드라진 손등 주름 사이사이에 튄 흙탕물은 이미 말라 하얗게 번져 있었다. 양손 모두 마찬가지였다. 써레질을 하며 흙탕물 튄 손으로 눈언저리를 비벼서인지 양쪽 눈두덩이와 얼굴 곳곳이 하얗게 분을 칠한 것처럼 보였다. 옷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전한 곳이 없었다.
올해 일흔넷, 농부 이씨(이름은 밝히지 않았다)는 “오래된 트랙터라 양쪽 문도 없고 후면에 난 창도 없어 (써레질을 할 때마다) 이렇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논으로 내려선 그는 논둑을 거닐며 써레질을 끝낸 논을 다시 한번 천천히 훑어봤다. 2~3일 후엔 물그림자 가득한 무논에 파릇파릇한 모가 심겨있을 것이다. 지난 9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생천리를 지나며 마주한 풍경이었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만5,107원(정곡 20kg)에 거래되던 산지 쌀가격이 4월 15일 현재 4만7,774원으로 6개월 만에 약 13%가 폭락했다. 누누이 들어왔던 ‘쌀값은 농민값’이란 말을 강조하지 않아도 지속되는 쌀값 폭락은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농민들의 숭고한 노동을 헐값에 팔아먹는 일이다. ‘일미칠근(一米七斤)’, 그 수고로움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정부는 농민들의 이 숭고한 노동에 답할 자세가 돼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