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 재배과정 중심으로 전환해야

  • 입력 2022.05.1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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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저농약인증제가 전면 폐지되면서 친환경인증은 유기, 무농약으로 단순화됐다. 하지만 결과 중심의 친환경 인증제도 방식은 시대의 변화 속에 그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서 친환경농업의 생태환경 보전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인증제도로 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가가 지속가능하게 생태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행정기관들은 변화되는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1998년 국가 친환경인증제도가 시행된 이후 결과 중심의 인증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키며 한계를 드러냈다. 잔류농약이 검출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친환경인증 여부가 결정되고 그것으로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판단해 버렸기 때문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과도하게 추구하면 할수록 결과지에 찍힌 수치에 집착하게 됐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틀은 축소돼갔다.

농업을 단순히 산업의 하나로만 바라보는 현 결과 중심 인증제도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의 유기농 심사기준과 비교해봐도 왜곡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환경농업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하고 환경보존을 추구하는 농업이다. 단순히 잔류농약 수치로 친환경인지 아닌지 판정하는 방식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을 너무 좁은 틀에 가둬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농약인증제가 폐지된 이후 감소한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2019년부터 증가하고 이와 함께 유기농산물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전체 친환경인증 농산물의 27.8%인 13만7,780톤이 유기농인데 이는 2015년 16.4%와 비교하면 약 10%가 증가한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편으로 현행 인증제도의 벽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친환경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친환경농가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미국, 유럽 등의 잔류농약 검출 비율보다 한국이 훨씬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산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농가가 상당하다는 것은 한국 인증제도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게 한다.

친환경인증 방향이 과정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행정 중심 사고가 아닌 농사의 가치,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친환경농민의 농사과정을 중심 가치로 내세워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추구하고 널리 확산시켜나가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친환경인증을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인증제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지력을 회복시키고 살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농약검출량을 뛰어 넘어 생물다양성을 추구하는 농생태계가 중심이 되는 생산과정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방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한살림의 자주기준인 참여인증 등 소비자생협이 도입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자체인증의 사례는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생물이 더 많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농사가 더욱 확산돼 갈 수 있도록 농업의 지속가능성, 건강한 생태계와 건강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건강한 먹거리는 건강한 땅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농민들에 의해 생산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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