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개월간의 ‘학교급식 비상사태’,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 입력 2022.05.01 18:00
  • 수정 2022.05.01 21:0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꾸러미 포장을 기다리는 지역산 파프리카들. 당시 화성시는 코로나19로 학교급식 공급이 중단된 농산물을 100% 전량수매해 꾸러미로 판매한 바 있다.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화성푸드통합지원센터에서 꾸러미 포장을 기다리는 지역산 파프리카들. 당시 화성시는 코로나19로 학교급식 공급이 중단된 농산물을 100% 전량수매해 꾸러미로 판매한 바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2년 1개월간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학교급식 영역의 정상화가 이뤄지리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학교급식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만에 하나 코로나19를 능가하는 또 다른 범유행전염병이 창궐할 시, 다시금 ‘학교급식 전면 중단’과 그에 따른 ‘농가 판로 단절’이라는 재앙을 맞닥뜨리리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농민·시민사회는 △급식 비상상황 대비 매뉴얼 마련 △학교급식의 국가 사무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비정상 상황’의 상흔은 아직도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지역마다 편차는 있으나 학교급식 자체는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상기, 경기친농연)에 따르면,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생산자출하회를 대상으로 한 경기도 내 학교들의 급식 발주량은 올해 3월 2주차의 경우 2019년 대비 98%(2021년 대비 141%), 3월 3주차는 2019년 대비 95.5%(2021년 대비 132.9%), 3월 4주차는 2019년 대비 93.4%(2021년 대비 126.8%)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학교급식 중단 또는 비상운영으로 격감했던 도내 학교들의 발주량이 코로나19 이전의 정상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년 1개월의 ‘비정상 상황’이 남긴 상흔은 여전하다. 회복돼 가는 학교 발주량과 달리, 출하회 공급가능량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출하회의 친환경농산물 공급가능량은 3월 2주차엔 2019년 대비 75%, 3월 3주차는 2019년 대비 76.4%였다.

그나마 3월 4주차엔 2019년 대비 102.8%로 공급가능량이 예년보다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학교급식 파행운영 및 코로나 심화에 따른 농촌 인력 부족 등으로 부득이하게 친환경농사 규모를 줄여야 했던 농민들이 많아, 온전히 예년 수준의 공급량을 회복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는 게 경기친농연 측의 설명이다.

매뉴얼이 필요하다

언제 다시 범유행전염병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매뉴얼 없이는 농가들은 학교급식 중단 시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친농연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2020년 코로나 사태 초창기에도 계속해서 ‘급식 비상상황 대비 매뉴얼 구축’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없다. 지자체도, 중앙정부도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을 만들지 않았다.

홍안나 경기친농연 정책실장은 “매뉴얼을 구축한다면, 예컨대 1단계 ‘등교율 30% 이상 감축’, 2단계 ‘60% 이상 감축’, 3단계 ‘전면 등교중단’, 이런 식으로 단계를 나눠 각 상황에 맞는 학교·교육청·지자체·경기도농수산진흥원·출하회 등의 구체적 대응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며 “급식중단으로 공급이 불가능해진 농산물은 꾸러미로 판매하거나, 관계기관에서 공동구매를 실시한다는 등의 대응내용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비상상황 발생 시의 혼란을 줄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학교급식 분야의 국가 사무화 절실

한편 김형석 경남친환경연합사업단장은 “매뉴얼 마련, 급식 중단에 따른 농가 피해보상 등의 정책은 기실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학교급식 영역의 위기상황에 대해 책임감 있게 대응할 때 가능한 정책이기도 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의 조례 마련을 통해 비상사태로 급식중단 시 농민들에게 어떻게 피해 보상을 할지 근거를 마련하는 것 뿐 아니라, 궁극적으론 학교급식 자체를 국가 사무화함으로써 국가가 학교급식 영역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초창기엔 급식이 계속 진행되도록 ‘그랩 앤 고(Grab ‘n’ go)’ 급식 프로그램을 통해 통학버스로 학생들의 급식을 전달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엔 농무부가 학교급식 공급망 중단 문제 대처를 위해 주(州)와 학군에 최대 15억달러(한화 약 1조8,015억원)를 제공하는 등 학교급식 분야의 ‘국가 사무화’에 앞장서고 있다.

공공급식 확대 시급하다

학교급식 바깥 영역의 공공급식이 대대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금 제기된다.

경기도의 경우,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이 학교급식 파행운영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데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비(非)접경지역 농가의 접경지역 군급식 공급 등의 요인이 있었다. 비접경지역 농가의 접경지역 군납 참여 건은 일시적으로 진행되다가 현재는 중단됐지만, 그래도 농가들 입장에선 갈 길 잃은 농산물의 판로 해소에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8일 aT센터 하나로룸에서 열린 지역재단 창립 18주년 기념 심포지엄 ‘윤석열정부의 농정,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에서 박미진 경기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은 2020년 경기도 내 200여개소의 공공기관 및 사회복지시설 급식실태조사 결과 등을 인용하며 경기도 공공급식 상황을 언급했다. 공공급식 식재료는 대규모 납품업체를 통해 주로 구매하며, 수입산 사용 비중이 전체의 35.7%, 일반농산물 사용 비중이 80% 이상, 지역산 농산물 사용 비중은 25.5%였다. 한편 접경지역 군부대 대상 농산물 공급물량 중 8개 접경지역산 친환경농산물 공급비중은 2019년 3%, 2020년 4%, 2021년 5%로 조금씩 증가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공공급식 영역은 교육·복지·보건 등 다양하므로 (향후 먹거리 시민사회가 만들려는) 먹거리기본법과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공공급식 영역과 대상을 제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학교·군부대 공공급식을 통한 우리 농산물 소비기반 확보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급식 지원대상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 어린이집, 복지시설, 공공행정기관까지 (공공급식)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