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농협중앙회, 농업도 금융도 낙제점

쌀값폭락·CPTPP 등 농업현안 ‘침묵’ 대응 와중

농협금융,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한 실적 후퇴

  • 입력 2022.05.01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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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의 2022년이 순탄치 않다. 중앙회의 농업현안 대응 능력이 논란이 된 데 이어, 농협금융지주(대표이사 손병환)의 1분기 당기순이익마저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퇴보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업계는 부동산·주식시장 호황으로 대출이 늘어나면서 전에 없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5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총액이 5조원을 훌쩍 넘으며,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KB금융이 14.4%, 신한금융이 17.5%, 하나금융이 8%, 우리금융이 32.5%의 증가를 보였다.

단 한 곳, 농협금융지주만이 감소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963억원,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기준으로 보면 6,728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1.4% 감소한 액수다.

4개 금융그룹들은 공통적으로 은행부문 수익이 탄탄한 가운데 저마다 강점이 있는 비은행부문 사업에서 추가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은행부문 수익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비은행부문에 두드러지는 성과가 없었고 특히 NH투자증권에서 대규모 수익감소가 일어났다.

분기별 실적이야 늘상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쟁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업계가 호황인 와중에 혼자만 실적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이번 성적표는 뼈아프다.

게다가 하필 성적표가 공개된 시점은 농업 분야에서 농협중앙회의 역할이 한창 구설수에 오르던 차였다. 정부의 쌀 수급조절 실패와 CPTPP 가입 결정 국면에 농협중앙회는 단 한 마디 일갈 없이 무력하게 순응하고 있으며 농자재값 급등 같은 농업현안 해결에도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장과 어느 때보다 깊은 관계에 놓여있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대표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과 함께 농협은행장에 임명됐다가 불과 10개월만에 다시 농협금융지주 대표로 영전한, 이 회장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농협금융지주에 기획재정부 출신 ‘관피아’ 대표를 끊어낸 부분은 의미가 있지만, 결국 금융지주 실적에 대한 평가 역시 상당부분 이 회장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즉 이성희 회장의 농협은 본연의 업무인 농업 분야에서도, 심혈을 기울이는 금융 분야에서도 농민들을 연거푸 실망시키고 있는 셈이다. 임기의 절반을 지나는 이 회장에게 농업계의 냉철한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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