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격리 정책은 실패했다

  • 입력 2022.05.01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쌀값은 우리 농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할 정도다. 쌀은 주식이며 또한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정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양곡정책이다.

쌀의 안정적 생산과 쌀값 지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농정의 최우선 순위였다. 추곡수매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WTO 체제 이후 국회에서 쌀의 목표가격을 정하고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통해 쌀값을 지지해 왔다. 그리고 2020년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면서 쌀의 시장격리를 제도화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이 예상되면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격리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박근혜정부 당시 쌀값이 폭락할 때 농민들은 선제적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아울러 시장격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후적 시장격리로는 쌀값 지지에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했기 때문이다.

2020년 직불제가 개편되면서 변동직불제가 폐지됐다. 대신 일정한 요건이 되면 시장격리를 발동할 수 있게 시장격리를 제도화했다. 입법 당시 모두 ‘자동 시장격리’라 이야기했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난해 시장격리 요건이 발생했는데도 시장격리가 자동적으로 발동되지 않았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결정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수확기 대비 5.2%까지 떨어지고 난 후에 등 떠밀려 실시한 최저가 역공매 방식 시장격리는 결국 계획된 물량을 채우지도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절실한 농민들 쌀이 대거 유찰됐다.

문제는 시장격리 후 두 달 반 동안 산지 쌀값이 5.7% 하락했다는 점이다. 수확기 쌀값하락을 막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 쌀값 하락을 조장했다. 수확기와 비교해 산지쌀값은 10% 이상 폭락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쌀값 하락이 우려되며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명백한 정책의 실패이다.

그런데 정책 실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농민들과 농협 RPC는 쌀값하락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쌀값 폭락으로 인해 발생할 농협 RPC의 적자는 결국 농민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 농자재 가격, 유류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농민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27만톤 중 잔여 물량 12만6,000톤을 5월 중 시장격리 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번과 같은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형평성을 들고 있지만 역공매 방식 최저가 입찰은 시장격리의 목적 즉, 쌀값 지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시장격리 방식을 달리해 공공비축미 수매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금 쌀값 하락을 막지 못하면 가을 햅쌀 가격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쌀을 줄여 심자 하지만 그것이 대책이 될 수 없다. 쌀값 회복을 위한 과감한 시장격리를 촉구한다. 아울러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시장격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