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영농비, 농사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하다”

[현장 좌담회] 경북 상주지역 시설·과수·친환경·축산 농민

  • 입력 2022.04.22 16:23
  • 수정 2022.04.24 19:5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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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봄꽃이 흐드러지는 4월의 농촌은 본격적인 ‘일철’을 맞는다. 과수와 밭작물 중심의 경북 상주의 농민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한자리에 모였다. 필수 농자재값 폭등부터 인력 대란이 만든 인건비 고공행진까지, 실제 농민들이 감당하는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죄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상주에서 29년째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조원희씨가 현장좌담회 사회를 보고, 품목별 상황을 듣기 위해 김관섭·주영원·김미경·노동욱·이재경 5명의 농민들이 생생한 실태를 전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경북 상주지역 농민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한자리에 모였다. 필수 농자재값 폭등부터 인력 대란이 만든 인건비 고공행진까지, 실제 농민들이 감당하는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죄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경북 상주지역 농민들이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한자리에 모였다. 필수 농자재값 폭등부터 인력 대란이 만든 인건비 고공행진까지, 실제 농민들이 감당하는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죄다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조원희(55, 사회) 상주시 낙동면<br>- 사과 4,500평, 배 2,500평, 벼농사 800평<br> 농사경력 : 29년
조원희(55, 사회) 상주시 낙동면
- 사과 4,500평, 배 2,500평, 벼농사 800평
 농사경력 : 29년

조원희 : 전국 농민들이 처한 어려움 중 하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농비 문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농사 규모, 경력 등 자기소개부터 했으면 좋겠다.


김관섭 : 친환경농업을 40년째 하고 있다. 수출단지에서 벼농사를 짓다가 클레임 문제로 미국을 드나들면서 블루베리를 알게 됐다. 국내 블루베리 재배 1세대인 셈이고, 올해로 15년째 재배하고 있다. 블루베리는 8,000평, 벼 1만2,000평 규모다.


주영원 : 도시에서 사진관, 작품활동 등을 하다가 2010년 귀농했다. 맨 처음 1,000평 캠벨 포도 농사를 지었는데 신통치 않았고 남의 농사일, 타지역에서 일도 했으나 다시 이곳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웃 덕에 농사지을 기반을 마련했고 샤인머스캣(포도)을 심어 올해 7년차다.


김미경 : 지난 2004년 ‘귀농’ 개념도 없을 때 상주에 와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시설하우스 농사를 하는데 품목은 오이다. 상주가 전국 백다다기오이의 70%를 생산하는 주산지다보니 자연스레 오이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이재경 : 한국농수산대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농사지은 지 올해로 19년차다. 12년 전에 아버지 농사를 물려받아서 현재 벼농사 3만평, 곶감 40동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30살에 마을 이장도 맡았었고, 우리 지역에 농활왔던 서울의 대학생을 만나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노동욱 : 한우 번식우를 사육하고 있다. 과거에는 180두까지 키웠는데 2년 전 축사를 정비하면서 확장하는 과정에 번식우 40두로 줄였다. 비육 송아지까지 합하면 70~80두 규모다. 상주가 고향이고 벼농사, 밭농사와 조사료도 재배한다.

김관섭(66) 상주시 은척면<br>- 블루베리 8,000평, 벼농사 1만2,000평<br>​​​​​​​- 농사경력 : 40년(친환경)
김관섭(66) 상주시 은척면
- 블루베리 8,000평, 벼농사 1만2,000평
- 농사경력 : 40년(친환경)

 

작년에도 부담 컸던 영농비, 올해는 더 올라


조원희 : 코로나19 3년차에 접어들고, 기후위기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농민들은 각종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실제 상황을 공유해 보자.


김미경 : 오이는 재배기간이 길다. 10월에 모종을 심어 겨울에도 계속 농사를 짓는다. 길게는 6월 말까지 수확하다 보니 영농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철 시설농사는 유류비 부담이 크다. 작년과 비교해 농약이 20%, 비료는 40~50%, 각종 농자재는 30~40% 씩 올랐다. 유류비는 작년 10월에 리터당 765원이던 것이 지난 2월 975원으로 4개월만에 30% 가량 비싸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건비’다. 지난해 작기까지 우리 농장과 인근에서 한달에 130~150만원 가량 주고 숙식 제공 조건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했다. 이번 작기에는 기본이 200만원부터 시작해 230만원까지도 준다. 인건비가 100만원이나 폭등했는데 오이값은 10여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판로 걱정이 없다는 게 그나마 버틸 힘이다.


노동욱 : 국제곡물가 폭등 소식에 축산농가 모두 걱정이 앞선다. 사료가격이 작년과 비교해 30% 인상됐다. 작년 기준 25kg 사료 1포에 1만1,000원이었는데 올해 1만5,000원까지 올랐다. 마리당 사료값 평균을 따져보면, 조사료를 제외하고 번식우 기준 한 달에 10만원 정도다. 그런데 곡물가격이 올라가면서 마리당 13~14만원까지 들어간다. 사료값이 앞으로도 30% 정도 더 오를 거라고 예상돼 문제다. 나같은 경우는 벼농사도 병행하기 때문에 볏짚 활용도 하고 이탈리안라이그라스도 재배해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수입건초도 원활하게 들어오고 국내 볏짚도 여유가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잘 안되다 보니 볏짚 가격도 50% 가량 올랐다. 수입건초가 kg당 300원이었는데 현재는 400~500원 선이다. 한우값이 7~8년 정도 좋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는데 최근엔 가격이 하향추세라 부담이 점점 커진다.
비육농가는 배합사료에 더 민감하다. 주변에 물어보니 사료값이 마리당 한 달 15만원까지 올랐고 지금은 20만원이라고 한다.

김관섭(66) 상주시 은척면블루베리 8,000평, 벼농사 1만2,000평농사경력 : 40년(친환경)
김미경(57) 상주시 상산로
- 오이 시설하우스 1,300평
- 농사경력 : 18년(귀농)


 

주영원 : 샤인머스캣은 비가림시설 등 시설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5년 전에 평당 3만5,000원이던 시설비용이 현재 7만원으로 딱 두 배 올랐다. 시설작업을 하는 인건비도 동반상승하니 비용부담이 무섭게 불어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샤인머스캣이 2년만에 수확이 된다는 건데 기후위기로 그것도 여의치 않다. 2년차에 상품성있는 송이가 잘 달리지 않아 걱정이다. 농작업 인건비는 품목 불문 폭등해, 알 솎기 작업을 하는 전문가 일당은 2년 전에 12만원, 올해는 17만원을 줘야 한다.


이재경 : 곶감 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 상승률이 가파르다. 외국인노동자가 원활히 들어올 때인 3년 전, 당시 곶감 하나를 생산하는 데 47원이 들었다. 곶감을 깎아서 건조하고 상품으로 만드는 기준으로 봤을 때 드는 비용인데 작년에는 78원이 됐다. 하루 7만원이던 인건비가 13만원까지 치솟은 결과다. 인력전쟁이 벌어지니 ‘갑과 을’ 관계가 뒤바뀌는 것 같다. 2년 간 곶감 값이 괜찮아서 버텼지만 올해는 과연 어떨지 걱정이다. 비료값도 작년보다 포대당 1만원이 올랐다. 농협에서 보조해주는 비용을 확인해보니 작년 사용량 기준으로 157만원이 책정돼 있다. 이걸로 감당이 될지 솔직히 모르겠다.


김관섭 : 환경보호가 전 세계 과제가 된 만큼 친환경농업은 우리가 가야할 길인데 현실은 ‘반쪽’이 됐다. 굉장히 어려운 여건이다. 공익직불제로 전환되면서 지자체가 지원하던 친환경보조금이 상당부분 줄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농민들의 소외현상이 심해진다는 건데, 그 이유 중 하나가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권장에 따른 파급효과다. 영농비가 급증하는 건 농민 모두의 짐이고 화학비료 인상은 정부보조라도 있는데 친환경농업에는 농자재 보조조차 없다. 특수한 친환경 농자재를 쓰고 있는 농민들이 오히려 지원배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주영원(57) 상주시 모동면샤인머스캣 3,500평농사경력 : 13년(귀농)
주영원(57) 상주시 모동면
- 샤인머스캣 3,500평
- 농사경력 : 13년(귀농)

 

대책없어 막막한 농촌현장


조원희 : 친환경농자재 원료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과수농사를 하고 있는데 수년 전부터 ‘저투입’으로 전환했다. 외부자재를 거의 안 쓰고, 농약 사용도 최소화했다. 수년간 재배법이 축적돼 외부요인에 따른 충격은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영농비 상승에 대처하는 자구책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노동욱 : 과거에는 규모를 늘리는 데 신경 썼다면 한 사람이 감당하는 효율적인 사육두수를 중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100두 이상 200두 육박하던 한우 사육 규모를 50두 정도로 맞췄다. 송아지를 비육해서 팔았을 때 순수익률을 높이자는 계산이다. 자가생산해서 먹일 수 있는 풀사료를 2기작으로 심어 조달하고 있다. 또 하나 100두 이상 사육할 때는 내가 배합사료를 만들어 생산비를 줄였다. 버섯배지, 쌀 도정하고 남은 미강, 백강, 비지 등을 수거해서 사용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소를 관리하는 시간 투입과 노력 대비 사료절감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현재로선 적정 두수를 잘 키워서 수익을 높이는 방향이 정답인 것 같다.

<strong>노동욱</strong>(51) 상주시 외서면<br>- 한우 40두, 벼농사 4,000평, 밭농사 8,000평<br>- 농사경력 : 17년
노동욱(51) 상주시 외서면
- 한우 40두, 벼농사 4,000평, 밭농사 8,000평
- 농사경력 : 17년


이재경 : 사실 뾰족한 자구책은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심경으로, 논밭을 놀리지 못하니 버티고 또 영농철에 농사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농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상황인데, 이렇다 할 정부 대책은 왜 없는지 너무 답답하다. 큰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면 ‘공적자금’ 투입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며 살려내지 않나. 농사에 들어가는 모든 투입비용이 숨 가쁘게 올라가는데 정부 전체 예산 600조원 중에서 농업예산이 3%도 못 미친다니 답답하다.


김미경 : 유류비가 고공행진 할 때 정부가 보조해준 보온커튼을 설치했었다. 3중 비닐과 보온커튼 한 겹까지 4중 보온시설을 한 것이다. 기름값을 일정 부분 아꼈지만 문제는 실내 환경이 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습도가 높아지니 병해가 많아진 것이다. 우리 농장에서 선택한 것은 투입재를 최소화하고 지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사실 오이재배에 거름이 많이 들어가고 각종 영양제 추천을 많이 하는데 값도 비싸다. 우리 농장에선 귀농 초부터 최소한의 투입을 했고, 내실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농사지었다. 처음엔 농사에 서툰 사람들이라고 눈여겨보지 않던 분들이 10년 차가 넘어서니 저투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유류비, 영양제 들어가는 것을 감안해 과거엔 매출액 10중 7이 순소득이었다면 현재는 4가 순소득이다. 1억 매출을 올려도 4천만원이 겨우 남는 상황이다.

이재경(43) 상주시 내서면벼농사 3만평, 곶감 40동농사경력 : 19년
이재경(43) 상주시 내서면
- 벼농사 3만평, 곶감 40동
- 농사경력 : 19년


주영원 : 고품질 샤인머스캣 생산을 위해 아미노산을 직접 만들어 쓴다.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자가제조하면 비용도 줄이면서 넉넉히 쓸 수 있다. 보통 시판되는 아미노산은 3~15만원까지 드는데 한 밭에 하나씩, 밭이 3곳이면 영양제값만 45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력도 관건이다. 품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려면 땅을 깊게 갈아서 물빠짐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원희 : 구체적인 얘기 많이 들었다. 국내 농사를 유지하는 인력이 외국인 노동자가 된 상황에 코로나19로 그동안 눈감았던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 문제까지 얽혀 농촌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채산성이 낮은 농사와 노동투입이 많은 농사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영농비가 폭등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도 농민들에게 직접 보조하지 않으면 농자재비 인상 빌미가 되는 현실이 무척 답답한데, 2022년은 농민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영농비 실태를 바로잡아주는 정책과 제도가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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