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4] 농민 없는 농촌

  • 입력 2022.04.24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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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매년 4월 엄나무순을 채취할 때쯤이면 팔순을 훨씬 넘긴 두 분의 어르신을 윗골에서 뵐 수 있었다. 아버님 한 분은 지난해에도 아랫마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끔 올라와 순을 채취해 가셨는데 금년 봄에는 뵐 수가 없었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엊그제 아드님께 여쭤보니 부친께서 건강이 몹시 안 좋으시다는 전언이었다. 이제 또 한 분의 어르신이 농부의 자리에서 물러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또 다른 한 분은 내가 처음 윗골에 왔을 때, 그러니까 7년 전 나의 앞 밭에서 들깨 농사를 지으시던 어르신이다. 어르신께서는 그 다음해에 하늘나라로 가셔서 지금은 뵐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밭은 더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 후손들이 심어 놓은 호두나무 몇 그루만 힘겹게 온 밭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연세 높은 농촌 어르신들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타계하시면 더이상 그 땅에 농사지을 자식들이 없거나 대신 지어 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농촌 현장에서 보면 유입되는 농민보다 사망하거나 은퇴하는 농민이 더 많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농가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고령 농가 비율이 46.8%로 농가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따라서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현재 65세 이상인 농가는 85세 이상의 농가가 돼, 결국 농가인구는 현재 220만명의 약 절반인 1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귀농으로 인한 농가 증가가 기대되기는 하나 현재 연간 귀농인구는 약 1만~2만명 정도로 20년 동안 많아야 20만~40만명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20년 후 농가인구는 어림잡아 현재 220만명에서 70만~90만명 줄어든 130만~15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 현재 총 인구 5,140만명을 기준으로 볼 때 약 2.5~2.9% 수준이며, 현재의 농가인구 비중인 4.4% 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산은 대략적인 것이긴 하나 우리나라 총 인구가 점차 감소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20년 후 농가인구 비중은 2% 이하가 된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특히 농가인구 비중이 높은 면 단위 미만 지역의 농가인구 감소는 그 지역의 위축·소멸까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지역 자체가 아예 소멸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20년 후쯤 되면 도시와 물질문명에 회의적인 다양한 연령과 유형의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이들이 농사를 짓지는 않더라도 면 단위 미만 지역으로 이동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농촌은 ‘농민없는 농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더이상 ‘농촌’이라 부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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