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농촌 지키는 농민을 키우지 않으면 식량주권도 없다

  • 입력 2022.04.24 18:00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코로나19 바이러스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면서 실로 오랜만에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향기로운 봄 손님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고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농번기가 시작된 농촌에는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수많은 난관에 직면해 있다. 농업·농촌을 챙기지 않았던 결과는 쌓이고 쌓여 농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바쁜 시기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할 사람을 구해도 감당하기 어렵게 상승한 인건비가 가로막는다. 지난 2년 동안 입국하지 못했던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4월 들어 입국을 시작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어쩌면 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적된 피해가 만만찮다.

요소수 대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필수 농자재 값은 급등해 생산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국제 곡물가는 상승하고 실제 수입 농산물의 가격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을 불러왔지만 여전히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더 거대한 수입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식량안보를 국정과제로 삼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최하위 자급률을 자랑하던 한국은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던 자급률이 더욱 더 하락했고 결국에는 20%대가 무너졌다. 곡물자급률 19.3%를 기록해서 이제야 농업, 식량의 문제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자국 농업의 절대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자국의 식량생산 안정을 모색하는 방향이 아닌 수입처의 다변화였다.

식량을 그저 여러 나라에서 수입해서 먹어도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고 문제없이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코로나19라는 전 세계 사상 초유의 감염증 사태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국가의 국경이 폐쇄됐던 경험을 벌써 잊은듯하다. 최근에도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수출국에서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연일 전 세계 식탁 물가가 급등하고 세계 4대 곡창지대의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떠한 방향이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 방법이고 물가안정인지를 여전히 판단하지 못하는 듯하다.

30년 넘게 이어져 온 개방농정은 농업의 쇠퇴를 불러왔다. 농민이 줄어들면서 농업은 더 축소됐고 농민들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 농업의 쇠퇴는 농촌지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인구수가 줄어든 농촌은 정치적 영향력에서도 그 힘이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는 현재 농업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021년 농가수는 103만1,000호로 전년도 103만5,000호에서 4,000호가 감소했다.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던 일이라고 해도 그것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며 더욱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다.

추세라는 게 잠시 변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쭉 그래왔다는 것인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농가수는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농가수는 줄어들고 농민의 고령화 비율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65세 이상 비율은 46.8%로 2020년 42.3%보다 늘어났는데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7.1%인 것과 비교해보면 그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농촌 일손부족 문제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심각해지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시기마다 당장의 급한 불만 끄고 넘긴 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농촌에서 날로 늘어나는 농민의 빈자리를 외국인노동자로는 결코 채울 수 없다.

농업의 후대양성에 힘쓰지 않는다면 농업·농촌을 지킬 수 없고 세계 식량위기가 현실화됐을 때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수의 대농 육성정책을 중심에 두고 경쟁력 강화, 집중화 전략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농민을 육성하고, 농지를 보전하는 제도실현 등 자국의 농업 활성화가 최우선이 되는 농정이 실현돼야 식량주권도 지킬 수 있다.

키워드
#농정춘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