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20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 입력 2022.04.24 18:00
  • 기자명 이한보름(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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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757일. 2020년 3월 18일부터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시행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2년 4월 18일 해제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사적모임이나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 폐지되면서 사회 전반에 활기가 돌고, 외식산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금일 축산물의 가격 또한 일제히 큰 오름세를 나타냈다. 예전과 같은 수준의 회복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설렘을 안고 시작한 일상회복 첫날 생산자도, 소비자도 오랜만에 한껏 부푼 마음으로 보낸 하루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에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도 버겁다. 지난 16일 우리 정부는 이름도 생소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계획을 의결하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1개국(캐나다·멕시코·호주·일본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 협정인 CPTPP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 본 협정에 가입 시 우리나라의 실질 GDP가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도 높아지며 제조업의 순수출과 생산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업생산과 수산업 생산은 감소되어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농업의 경우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된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가 있었으나 이마저도 최소한의 피해 예상 수치로 관련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국가들에 추가하여 영국·중국·대만등이 가입 신청을 하고 있어 향후 국내 농축산업계의 피해 예상 수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CPTPP가 미래에 다가올 위협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양 국가의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밀수출의 10%, 옥수수 수출의 18%를 수출하는 우크라이나와 천연가스·곡물·광물 등 전 세계 원자재 수출대국인 러시아 두 나라 간의 전쟁은 우리나라 농축산업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료 원료가 생산비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축산업의 경우 사료 가격이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그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외부의 위협이 아닌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의 정책이다.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농축산업은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주요 현안에서 밀려났고, 농축산업 전문가 한 명 없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은 향후 농축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속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공포를 맞이한 차기 정부의 1순위 관심은 물가안정일 것이고, 농축산업이 그 짐을 지게 될 것은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일 것이다.

물가상승은 생산비의 상승을 동반한다. 국제곡물가 상승, 유가 상승, 인건비 및 각종 제반 비용의 상승은 축산물의 생산비를 높이고, 이렇게 상승한 생산비가 축산물의 산지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농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수출 중심의 산업을 우선시하는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시장개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예측가능한 피해에 대해서는 농민들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와 대비를 해 줄 것을 바란다.

세계화를 지나 탈세계화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21세기 한가운데서 식량자원이 어떻게 무기화되고 있는지 비싼 대가를 치르며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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