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경영의 합리화와 농작업 수탁조합 육성을 위한 제언

  • 입력 2022.04.10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오늘날 한국 농업은 농지가 집단화돼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절대다수는 소농이 차지하고 있다. 농지 세분화 방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의 노동력 및 농기계 투입대비 농업 생산성은 매우 저조하다. 농지를 농민에게 처분하고 이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만, 농작물 재배기술이 평생 배운 기술의 전부기 때문에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별다른 수익이 없는 고령의 농민으로서는 공익직불금이라도 받아야만 농가 경제를 꾸릴 수 있는 형편이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농작업은 분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에 편승해 고령의 농민이 농작업을 위탁하는 경향 또한 뚜렷하다. 농작업 위탁을 통해 공익적 직불금을 수령할 수도 있고 생산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을 살포하는 경우 농가가 개별 농지를 대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지역 단위로 일괄 작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또한 지역 단위로 일시에 농약을 살포함으로써 병충해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한편 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이들이 당장 값비싼 농지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적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농사를 통해 적정한 농가소득을 얻자면 일정규모 이상의 농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만으로는 농지공급에 한계가 있다. 농지 규모화만 보장된다면 농기계를 최대한 활용해 대규모 영농이 가능해지고 그만큼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소농이 콤바인과 같은 값비싼 농기계를 구입하는 것은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키게 돼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세분화된 농지와 농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청년농이 결합해 농지를 집단화한다면, 농지 소유자가 각기 다른 세분화된 농지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자본이 없는 청년농이 보다 쉽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 정책이 정착되자면 몇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첫째, 농촌에 정착하고자 하는 청년농에게 농작업 수탁조합의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개별 청년농이 농작업 수탁업에 뛰어들기에는 농기계 구입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또한 미래가 불확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청년농 육성자금을 투입해 조합설립 및 농기계 구입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몇 년 전 청년농 육성을 위해 세 곳의 시범지역을 조성한 적이 있다. 각각 1,000억원 정도의 정책자금이 투입됐지만 투입 대비 성과는 매우 미흡했다. 3,000억원 정도의 정책자금이라면 청년농 농작업 전문 수탁조합을 전국적으로 설립할 수 있는 금액이다.

셋째, 조합원인 청년농에게도 ‘농업인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 현행 농지법상 일정규모 이상의 자경농과 임차농에게만 농업인의 자격이 부여되지만, 농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청년농에게도 농업인 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장차 자경농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격 기준으로 조합원 당 농작업 면적이 1,000㎡ 이상일 것을 요구하면 된다. 만일 1,000㎡ 미만이라면 조합원 중 농업인이 될 조합원을 등록하게 하면 된다. 현행 농업인의 개념을 크게 고치지 않고도 쉽게 자격기준을 부여할 수 있다.

넷째, 농작업 수탁조합에도 기본형직불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소농인 자경농도 직불금을 받고 있지만, 농작업 수탁조합에도 그 혜택을 줘야 한다. 물론 대상 농지에 이중지급되는 것이지만, 청년농은 보다 능률적인 농작업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농촌의 공동화 방지, 농촌문화의 계승, 농촌환경보전, 산림 지킴이 등 보다 더 큰 정책적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특혜나 낭비라 할 수 없다.

필자는 전라남도 장흥군과 해남군에 정착한 청년농들이 농작업 대행을 전문으로 하려고 하는데 좋은 방안이 없는지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청년농 육성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 세분화된 농지의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키워드
#농정춘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