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밀 자급률 17%, 가격지지 정책·소비대책의 효과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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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일본의 밀 자급률은 지난 2019년 기준 17%를 기록했다. 수입밀과 가격경쟁력이 있고 품질고급화·다양한 소비대책이 이뤄낸 결과다.

일본산 밀, 수입밀보다 비싸지 않아

일본의 밀 정책은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2000년 이전은 정부주도 밀 수매 정책이었다면, 이후엔 민간유통으로 전환했다. 정부주도 밀 수매정책이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하고 고품질 밀 생산을 촉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정책전환의 배경이다.

정부주도 밀 수매시기, 일본정부는 밀 생산농가에 비싸게 밀을 구입해 제분업체 등 소비처에 구입가보다 싸게 판매하며 일본산 밀 소비시장을 유지했다. 일본산 밀값은 수입밀보다 20% 이상 싸게 거래됐다.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운영위원장 송동흠)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자국산 밀을 무제한으로 매입하던 시기, 정부의 매도가격은 ‘소비자 가계안정을 우선해 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2000년에 민간유통으로 전환된 이후 제분회사 등이 밀 생산농가에서 밀을 직접 구매할 때의 기준가격은 2000년 이전 정부가 제분사 등에 판매하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밀 생산농가 입장에서는 정부주도 판매시기보다 수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밀 생산농가에 ‘맥작경영안정자금’이라는 일종의 직불금을 지급해 정부주도 매입시기보다 손해를 보지 않게 했다. ‘자급률 17% 일본 밀 산업 톺아보기(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발행)’에 따르면 농가수취가격의 30%는 민간유통 입찰가, 나머지 70%는 일본의 밀 산업진흥을위한 보조금(밭작물직접지불, 논활용직접지불 등)인 맥작경영안정자금이 지지하고 있다. 이런 장치들이 일본산 밀을 수입밀 대비 큰 부담 없이 구매하게 하고, 일본산 밀의 가격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 일본산 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자금의 일부는 정부책임 하에 외국산 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마련한다. 밀 실수요자 요구로 국가가 수입밀을 책임구매 하되, 이를 기업에 판매할 때는 정부관리비·국내산 밀 생산진흥대책 비용 등을 추가해 가격을 결정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마크업’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밀산업육성법 제정 등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수확을 앞둔 전북 부안의 밀밭.  한승호 기자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밀산업육성법 제정 등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수확을 앞둔 전북 부안의 밀밭. 한승호 기자

 

수입산과 견줄만한 고품질 다양한 밀 종자 개발

수입밀과 일본산 밀의 가격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품질에서 좌우된다. 일본 정부는 수요에 맞는 밀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혁신, 품질 고급화에 주력했다. 일본에서는 ‘주요농작물종자법(2018년 폐지)’이 제정돼 쌀, 보리, 콩, 밀 등 주요 식량작물의 종자에 대한 개량과 보급 역할을 국가가 책임져 왔다.

밀의 품종개발 역시 민간유통으로 전환된 2000년대, 신품종 개발에 생산자, 실수요자, 행정, 학계가 혼연일체한 결과 수입산에 견줄만한 면용·빵용 일본산 밀이 탄생하게 됐다.

수입밀보다 일본산 밀 사용 ‘우선’

일본 역시 소비의 90% 가까이 수입밀에 자리를 내줬주었지만 ‘지산지소운동(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 등으로 일본산 밀 사용에 힘을 쏟고 있다. ‘자급률 17% 일본 밀 산업 톺아보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본의 밀 소비정책 중 하나가 수입밀과 일본산 밀의 혼합사용이다. 수입산 강력분에 일본산 중력분을 섞어 ‘가공적성’을 높이는 방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일본도 과거 밀 자급률이 4%대에 머무를 정도로 소비량의 절대치가 수입산이었다”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산 밀 전량을 사들여 제분업체 등에 판매하면 업체들은 혼합해 사용하면서 물량을 소진해 왔다. 결국 일본산 밀의 독자적 시장을 키우는 배경도 됐다. 현재는 100% 일본산 밀 제품도 많이 확산되면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밀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밀산업발전기본계획도 마련되는 등 정부가 밀 자급률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수입밀과 3배의 가격 차이가 발목을 잡고 있고, 품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저하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높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0.8%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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