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질문과 단상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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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농업전문지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가끔 몇몇 질문을 마주한다. 농민들이 왜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하느냐, 대체에너지가 필요한데 농지 태양광은 왜 안 되냐, CPTPP 하면 싸게 먹고 좋은 거 아니냐 따위의 질문들이다.

바로 옆에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보통 <한국농정> 홈페이지에 들어가 기사를 탐독해볼 것을 권하지만, 딸기 농사지어서 돈 쓸어담겠다는 말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몇 마디 보태고 말았다.

딸기나 마늘 가격이 괜찮아도 농민들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상하리만치 단순하고 또 명확하다. 현재 유통 구조상 생산 주체인 농민이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정부는 수입카드를 꺼내 들고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지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정부가 그새 수입해 버릴 것을 걱정해 생산량이 줄었다고 말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한다.

농민들이 양파밭을 갈아엎고 의무자조금을 만들고 수급조절을 위해 아무리 애쓴다 해도 수입양파가 들어오는 순간 우리 농산물 가격은 헐값이 된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산 수입이 막히자 마늘 재배 농민들은 올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얼마 전 역대 가장 적은 차이로 차기 대통령이 결정 났다. 껌껌한 터널처럼 어두워 보이는 5년을 앞두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지난 5년을 돌아본다.

기후위기와 전쟁, 전염병 시대 한복판에서 수입에만 의존하다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고, 트럭에 양파를 싣고 세종에 모여 요지부동이던 농식품부를 나오게 한 농민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는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면서도 어찌 됐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본다.

얼마 전 양파생산자협회 해남군지회 창립총회엔 많은 농민이 자리를 채웠다. 양파값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더 단단히 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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