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우롱한 쌀 시장격리제도 개선해야 한다

농민 우롱한 쌀 시장격리제도 개선해야 한다

  • 입력 2022.04.03 18:00
  • 수정 2022.04.04 17:5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지 쌀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예상됐던 상황이다. 우선 쌀 수확량이 전년 대비 10.7% 많은 388만2,000톤 생산됐다. 올해 신곡 수요량 361만4,000톤에 비해 7.4% 많은 양이다. 2020년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따르면 초과 생산량이 예상소비량의 3% 이상이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만큼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시장격리제도 도입 취지를 ‘변동직불제 폐지에 따른 농업인 불안을 해소하고 기상·작황 등에 따른 쌀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수급 안정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운영한 시장격리는 항상 뒷북치기에 그쳐 실효성이 없었다. 그런데 시장격리를 제도화함으로 공급 증가 또는 수요 감소로 인한 쌀값 하락이 예상될 때 선제적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 하락을 막을 것이라 믿었다. 아울러 개정법안에 시장격리 발동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논란의 소지도 없앴다.

농민들은 대부분 ‘자동시장격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시장격리 발동조건이 충분한 상황에 정부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결정하겠다고 시장격리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결국 수확기 이후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연말이 돼서야 농민들의 요구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당의 요구로 시장격리를 결정했다. 그런데 뒤늦은 시장격리는 ‘역공매 방식 최저가 입찰’이라는 제도로 인해 목표했던 20만톤 조차 채우지 못했다. 시장격리의 결과는 참혹했다.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은 우려했던 대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수확기 21만4,138원 하던 쌀값이 지난달 25일자 통계청 조사 결과 19만6,849원으로 8%나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쌀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측했던 단경기 쌀값 하락률 10.3%를 초과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격리제도가 농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아직 쌀을 팔지 못한 농민들은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아울러 지역농협 RPC에서는 쌀값 하락으로 막대한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쌀 투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걷잡을 수 없는 쌀값 폭락으로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순전히 관료 독점 행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소한 수확기 평균 가격으로 선제적 시장격리를 했다면 쌀값은 안정됐을 것이다.

이제 늦었지만, 초과 생산량 27만톤 중 2월 시장격리 이후 남은 물량 12만4,720톤을 즉시 시장격리해야 한다. 최저가 입찰이 아닌 최소한 정부의 기준가격으로라도 매입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새 정부에서는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정부의 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쌀값이 안정돼 농민들뿐 아니라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