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20대 대통령직인수위의 시대착오적 행보 우려스럽다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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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나치게 편협한 방향으로 구성돼 우려를 낳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과장 단 한 명만 실무위원으로 파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후위기·식량위기 시대에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망각했음은 물론, 농업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지금, 곡물자급률이 21%도 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인 비상체제 돌입은 아닐까.

모든 농자재값이 30% 이상 올랐고, 비료값은 1년 전에 비해 3배나 뛰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인건비는 두 배 넘게 뛰었고, 그나마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영농철에는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마저 속출했다. 10년째 제자리인 농업소득, 가부장적인 농촌문화, 산부인과·미용실·슈퍼마저 없어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나가야 생활을 할 수 있는 농촌, 청년이 살 수 없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식량주권도 국가균형발전도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농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날씨가 절반 농사를 짓는다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과 달리, 기상재해가 닥치면 수확량이 급감하고, 아무리 부지런한 농사꾼이라도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제때 안 팔리면 썩어 버려야 하는 게 농작물이다.

그렇기에 국민의 소중한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비교우위적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농민 지원이 급선무임을 자각하길 간절히 바란다.

또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 공언하며 반인권적 행위를 서슴없이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난 디지털 성폭력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며 여성들을 일상적인 성폭력의 두려움 속에 떨게 하고 있으며, 미투운동을 통해서도 드러나지 못한 수많은 성폭력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여전히, 직장에서의 유리천장은 여성에게만 두껍게 작용하고, 코로나19 유행으로 여성들의 독박 돌봄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농민들은 농사일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농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지금도, 농민으로서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반인권적 폭력을 당연시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전가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반인권적 사회로 전락하는 것이다.

여성농민들은 성평등한 농촌사회를 건설하는 것만이 청년들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것이라 여기며 농촌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성차별적인 농업정책을 개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제발 알아주길 바란다.

여성가족부는 폐지가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지난달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공청회에 다녀왔다. 모든 농민단체와 어민단체가 CPTPP 추진을 반대하며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요식행위에 불가한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모든 언론과 산자부는 공청회가 무산됐음에도 요식행위를 갖췄으니 CPTPP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 발표해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농어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구체적인 피해조사조차 없고,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미 대만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전제로 CPTPP 가입을 신청했고, 일본도 호주에 쌀 의무수입물량을 대폭 내주며 가입을 했다.

대한민국은 일본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뿐 아니라 종군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문제를 청산하는 것을 전제로 가입을 추진할 거라 예측되고 있다. 이미,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조하며 유사시 자위대 파견을 운운하는 윤석열 당선자가 정권을 이어받은 후부턴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기에 더욱 우려가 되고 있다.

상위 1%의 기득권을 위해, 이 나라 모든 국민이 희생돼도 좋다는 저들의 막가파식 행정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 전국의 진보정당이 후보를 내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에서도 여성농민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제 나의 미래를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 여성농민이 직접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것이다. 지방선거 승리로 CPTPP 중단 및 개방농정을 끝내고, 농민기본법 제정으로 농업·농촌을 살리겠다고 힘든 길을 나섰다.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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