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가 반농사여. 든든하고 후련해!”

신새벽 깨우는 철원농민들, 공동못자리로 분주한 봄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9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들녘에서 노지못자리에서 나선 스무 명이 넘는 농민들이 볍씨를 파종한 3,000여 장의 모판 위에 보온 비닐을 씌우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들녘에서 노지못자리에서 나선 스무 명이 넘는 농민들이 볍씨를 파종한 3,000여 장의 모판 위에 보온 비닐을 씌우고 있다.
공동못자리를 하고 있는 농민들이 자동 파종기 옆에서 각자의 역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동못자리를 하고 있는 농민들이 자동 파종기 옆에서 각자의 역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농민들이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논에 볍씨를 뿌린 모판을 가지런히 놓고 있다.
농민들이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논에 볍씨를 뿌린 모판을 가지런히 놓고 있다.
농민들이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논에 볍씨를 뿌린 모판을 가지런히 놓고 있다.
농민들이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논에 볍씨를 뿌린 모판을 가지런히 놓고 있다.
한 농민이 관리기로 논바닥의 흙을 퍼 올려 보온 비닐을 고정시키고 있다.
한 농민이 관리기로 논바닥의 흙을 퍼 올려 보온 비닐을 고정시키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겨우내 창고에 보관해뒀던 빈 모판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일괄 자동 파종기는 빈 모판 위에 쉴 새 없이 상토를 깔고 볍씨를 뿌려댔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농민들이 빈 모판을 나르고, 상토를 붓고, 살균-살충 육묘상처리제와 포대에 담긴 종자용 오대벼를 파종기에 채워 넣었다. 파종기를 거쳐 완성된 모판은 사륜구동의 운반기에 실려 인근의 논으로 옮겨졌다. 농민들은 앞서 봄비로 인해 질퍽거렸던 논을 평평하게 고른 뒤 햇볕과 바람에 이틀 동안 잘 말렸다.

바야흐로 봄이다. 올해도 농민은 볍씨를 뿌린다. 만고의 진리다. 못자리와 함께 봄의 시작을 알리는 곳, 지난달 29일 강원도 철원평야의 못자리 현장을 찾았다.

동이 틀 무렵, 철원읍 대마리의 아침 기온은 영하 3도였다. 논바닥은 밤새 얼어있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논 위에서 여성농민들이 완성된 모판을 받았다. 모판을 서너 개씩 조심스럽게 들어 논바닥 위에 가지런히 정렬했다. 볍씨와 상토로 채운 모판이 2열 종대로 빠르게 늘어났다. 모판이 정렬되자 서너 명의 농민들이 보온못자리용 비닐을 치기 위해 하우스 뼈대를 설치했다. 시간이 지나며 기온이 오르자 얼어있던 논바닥이 녹으며 장화에 진흙이 엉겨 붙었다.

철원의 못자리는 대개 바람이 잔잔한 이른 새벽에 시작해 정오를 전후로 마무리된다. 오후엔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 노지못자리의 경우, 바람이 불면 보온 비닐을 씌우는데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이날도 모판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농민들이 모여 보온 비닐을 씌우기 시작했다. 박스에 든 비닐을 풀어 가지런히 정렬된 모판 끝까지 이동해 펼치고 논바닥 흙으로 고정하기까지 못자리에 나선 30명에 가까운 농민들이 총동원됐다. 논 위에 7개의 조그마한 하우스가 들어서고 나서야 관정에서 물을 끌어 올려 마른논에 물을 대기 시작했다.

이날 약 3,000장의 모판이 논 위에 놓였다. 뿌려진 볍씨만 20kg 가마로 28포가 쓰였다. 면적으로 따지면 4만평을 훌쩍 넘겨 모내기할 수 있는 양이다.

마을주민들과의 품앗이로 네 농가에 필요한 못자리를 끝낸 김희용(64)씨는 “아직 이웃들의 못자리가 남아있지만 못자리가 반농사라고 가장 중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잘 끝냈다. 특히, 노지못자리는 기후조건 때문에 일이 까다로운데 (잘 끝내서) 든든하고 후련하다. 올해 벼농사의 절반은 끝낸 셈”이라며 “오늘 못자리한 모는 5월 10일경 모내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작업을 마친 농민들은 하나둘 알게 모르게 흩어졌다. 왁자지껄했던 못자리 현장은 어느 순간 들녘에서 부는 바람 소리와 양수기로 퍼 올리는 물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내일이면 어김없이 철원평야의 또 다른 들녘에서 적막한 새벽을 깨우며 농민들은 못자리에 나설 것이다. 철원의 봄은 이 분주함 속에 묻어온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간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간다.
오대 품종의 볍씨가 뿌려진 모판. 이 위에 상토를 한다.
오대 품종의 볍씨가 뿌려진 모판. 이 위에 상토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