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좌담회] 농민들이 바라는 새 정부 농정방향을 말하다

  • 입력 2022.03.27 18:00
  • 수정 2022.03.27 20: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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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오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한다. 대선 과정에선 어느 후보나 농업을 살리겠다고 농정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상기후·농산물값 폭락·농자재값 폭등에 범람하는 수입농산물까지 시름겨운 농촌현장은 새 정부에 어떤 요구를 하고 있을까. 지난 18일 본지 회의실에서 ‘새 정부 농정방향’의 지침서가 될 좌담회를 진행했다.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문재인정부 농정 평가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 5년 전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때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말 한 마디가 회자 됐었다. 새 정부 농정공약을 얘기하기 앞서 현 정부의 농정평가부터 한 마디씩 해 달라.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12대 약속을 했고 그중 6번째가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살기좋은 농산어촌’ 분야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내내 농정홀대만 드러났다. 오죽하면 뒤늦게 출범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조차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 경자유전도 약속했지만 5년 동안 여의도 면적 255배의 농지가 사라졌다. 현 정부도 농민이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문제에 뾰족한 답을 내지 않았다. 농업재해 역시 극심해 농민들 고통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 가장 크게 기대할 만한 부분이 농정틀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공익직불제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양한 논의를 통해 많은 부분이 바뀔 거라고 꿈을 꿨다. 결국 공익직불제 역시 농가 양극화를 키웠고 소농직불제 또한 ‘가짜농민’ 등 복합적 문제로 남았다. 또 코로나19에 극심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재난지원금에서 배제됐고, 학교급식 납품 친환경농민들은 일년 농사의 출구가 막혔으며 군급식은 경쟁체제로 가는 뒷걸음의 연속이었다. 그중 성과라면 농식품부 내 여성농민 전담팀 신설, 여성농민특화건강검진 시행 등을 들 수 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농정을 갈아엎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었는데 얘기는 잘 들었으나 실천은 하지 않았다. 특히 정권 초반 농정분야 인사에 실패했던 것이 패착이었다고 본다. 김영록·이개호 전 농식품부 장관들은 모두 선거한다고 가버리고 농업계가 반대한 김현수 장관을 발탁해 ‘불통농정’의 전형을 임기 끝까지 보여줬다. 공익직불제에 나름 점수를 주려고 했으나 경지면적별 직불금 지급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식량자급률이 중요하다고 문재인정부도 말해 왔으나 농지를 풍력·태양광에 희생시켰다. 농민들이 직접 일군 ‘농민수당’ 성과는 법이 없어서 전국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합해 보면 문재인정부 농식품부는 농민을 돕는 정책을 편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농산물을 물가하락의 도구로 사용하는데 급급했다.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 관료체체를 극복 못 한 문제가 심각한데 이는 학교급식과 군급식의 퇴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로 등교일수가 줄어 급식예산을 잘 활용하면 농민과 학생가정 모두 보탬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난데없는 ‘편의점바우처’를 시행해 논란이 있었다. 직불제 규모도 2조4,000억원에서 더 키웠어야 하고 이를 통해 도농소득 격차도 줄였으면 참 의미가 컸다. 그러나, 2019년도 농가소득이 도시보다 61%선에 머물러 농촌에 산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것과 동의어가 돼 버렸다. 지난 2019년 서울농업활성화 연구과제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서울에 농업경영체가 무려 1만3,000여개나 있었다. 강남 4구에만 매년 10% 이상 늘어난다. 농업경영체 관리만 제대로 해도 농지문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친환경농업의 퇴보도 안타깝다. 2016년 6만2,000호였던 친환경농가가 2020년 5만9,000호, 2021년 5만4,000호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5만 농가가 깨진다고 하니, 정부가 육성한다는 친환경농업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 농정방향은?

편집국장 : 지금까지 문재인정부 평가를 종합해 들어봤다.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농정방향이 필요한지 말해 달라.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오순이 : 전체적으로 현재의 농정틀을 바꾸겠다는 확답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청년농민 3만명 육성 등 구호성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다. 하다못해 농촌의 성불평등한 정책과 문화를 바꾸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30년 동안 이어져 온 개방농정의 결과 농촌이 이렇게 소멸돼 가고 있다. 이 방식 말고 농정방향을 완전히 바꿔내야 한다. 식량과 농지를 ‘공공재’로 두고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먹거리는 책임진다는 방향에서 농업을 바라본다면 해답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들 또한 스스로 지구를 살리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최용재 : ‘기후위기·먹거리위기·지역위기’ 이 3가지 위기를 극복하는 농정이 가장 중요하다. 기후-먹거리-지역의 위기는 서로 맞물려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이들 문제를 자본과 기술 중심으로 극복하려 했다. 과감하게 농민이 주체가 되는 위기극복 체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민이라는 증명, 농업소득에 대한 증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생각이긴 한데, 기획재정부도 매번 얘기하는 게 농민들 피해가 늘어 소득이 줄었다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하니, 독일처럼 농민은 자격증을 준다거나 소득에 대한 증빙문제도 장기적인 방향에선 고민해야 한다.

이수미 :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국가지도자가 향후 5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세계는 기후위기와 전쟁으로 불안한 상황이고, 식량수출을 중단하는 일도 실제 벌어지고 있는 만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더욱 이 문제에 국내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근혁 : 모쪼록 후보자의 자세로 5년 임기를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농정공약에 나온 것만 정책으로 만들어도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 굵직굵직한 공약 중에서 공익직불금 예산을 2배인 5조원으로 늘린다, 공약했는데 현장에서는 농사 규모가 큰 농가는 많이 받고 규모 작은 농가는 직불금 액수가 적다. 이걸 농민수당으로 바꾸면 양극화 문제도 상당 부분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공약을 실행하기엔 현 농업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정예산 확대는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인수위와 농업계 활동

편집국장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농정공약도 살펴봤음 좋겠다.

최용재 : 친환경먹거리 분야 공약, 영유아 친환경먹거리 공급과 취약계층 먹거리지원 사업이 정착됐으면 좋겠다. 문제는 영유아 하루세끼 친환경무상급식 문제는 지방정부 업무라는 점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통령 공약이니 만큼 영유아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사업만큼은 친환경농업계가 주장해 온 중앙정부 사업으로 전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엠오(GMO) 완전표시제도 도입한다니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직불금 2배 확대 공약 중에 선택직불제는 어떻게 구체화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 공약은 먹거리분야 공약은 굉장히 명쾌한 반면 친환경 분야 공약은 두루뭉술한 경향이 있다. 친환경생태농업을 지원 확대한다는 공약만 봐도 목표를 얼마로 할 것인지 지원 규모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저탄소농업 인증도 공약에 나와 있는데 사실 저탄소농업 인증은 노지농사가 아닌 자본집약적 시설농사에서나 온실가스 감소분을 측정할 수 있다.

이수미 : 저도 윤 당선인 공약집을 살펴봤는데, 문재인정부 공약과 맥락은 비슷했다. 대선 전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농정> 공동주최로 농정공약평가 국회토론회가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됐다. 최근 현장에서 요구하는 ‘비료가격 인상 지원’은 굉장히 현실적 문제인데 인수위 끝나고 바로 실현했으면 좋겠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게 농업예산 확대 공약이 아닐까 싶다. 세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마련할 것인지, 거기에 대한 노력을 보여줘야지 무책임한 발언이어선 절대 안 된다.

오순이 : 분명히 유의미한 것들이 있다. 식량자급률 목표를 달성한다는 공약, 농업진흥구역 우량농지 보존 공약, 태양광 시설 가이드 수립 등 현안에 대해 두루뭉술 하지만 언급을 했다. 이걸 얼마나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지 구체적 내용들이 나와있지 않아서 평가를 내리긴 다소 어렵지만. 반면 농산물 가격안정정책, 재해피해 대책 부분, 농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큰 틀의 방향은 제시돼 있지 않은 건 문제다.

편집국장 :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산업적인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을 들었다. 현안을 많이 반영했다는 특징이 이번 대선 농정공약인데 선거라는 제도 속에서 기능적 활용에만 몰두한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운 면이 있다. 그럼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서, 두 달 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운영된다. 우리 농업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최용재 :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 CPTPP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 등의 현안에 대한 대응과 장기적으로 농지문제 공공급식 문제 등이 인수위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정부 투쟁만이 아니라 근거자료를 모아서 공약사항에 대한 의견 등과 함께 인수위에 건네주고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수미 : 인수위는 예산현황을 파악하고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해 준비하는 업무를 맡는다. 새 정부 농정방향을 올바로 세울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앞에서 계속 말했지만 적폐청산을 못한 대표적인 게 관료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관료는 새 정부에서도 농정을 맡게 된다. 물론 현 정부 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로 쭉 이어져 오는 개방농정 중심에서 경쟁력을 강요받고 메가FTA의 희생까지 농민들은 요구받고 있다. 새 정부에 과거 농정의 평가와 반성을 통해 쇄신을 촉구해야 한다.

오순이 :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차원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농정요구안을 전달할 것이다. 우려스러운 건, CPTPP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친일동맹강화를 자꾸 말한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문제도 결부돼 있어 국민들의 CPTPP 관심도가 매우 높다. 인수위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정부세종청사와 여의도에 쌓여있는 나락들은 문재인정부 해결과제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입장 등도 인수위가 언급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한 인수위 대응을 봐야 농민들의 입장도 정리될 것 같다.

이근혁 : 위기의 시대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기회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에겐 위기를 극복할 농정이 필요하다. 선거 때 농정공약을 누가 구상하고 완성했는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농정공약에 관여한 사람은 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꼭 직무를 맡겼으면 좋겠다. 개방농정에 매몰된 채 그 연속선 상에 있는 인사는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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