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인 춘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아지는 춘분은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허나 농사 시작도 전에 제주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59억 마리 꿀벌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창궐이거나, 이상기후에 따른 현상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과수뿐 아니라 고추·콩·벼 등 한반도 농작물의 40%가 사라진다고 한다. 50년 만의 가뭄으로 저수지는 말라가고, 이상기후로 해충이 극성일 거라는 우려에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짓는 우리는 걱정이 크다.
이게 어디 한반도만의 상황인가? 호주의 산불, 캐나다와 캘리포니아 그리고 남미의 산불 등 지구는 가뭄·홍수·화재 등의 이상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콩·옥수수·커피 등 농산물 피해의 규모가 커서 브라질에서만도 대두량 감소가 천만톤 이상이라 하니 식량위기와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타격도 커질 게 아닌가?
브라질 남쪽과 서쪽의 극심한 가뭄 소식을 접하며 가슴이 타들어가던 차에 갑자기 브라질 동부를 덮친 90년 만의 홍수로 집과 산이 흘러내리는 영상을 접하고는 섬진강 홍수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올랐다.
2020년 8월 8일 섬진강 수해로 마을이 잠기고, 비닐하우스가 잠기고, 사람이 죽었고, 가축이며 살림살이까지 다 떠내려갔다. 지금도 수마가 할퀸 섬진강가는 복구가 덜 되어 을씨년스럽고, 피해보상도 받지 못한 마을 어르신들은 비가 퍼부을라 싶으면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하신다.
2년 가까이 생업을 포기하고 국토부로 환경부로 국회로 다니느라 일상이 없어졌다는 대책위원들이 받아 안은 결과는 참담했다. 섬진강 유역 8개 시·군에 48% 배상을 결정하고 주택 침수 피해 시 가재도구 상한액을 둬서 480만원 미만의 궁색한 보상을 받게 하였다. 거기다 하천 및 홍수관리지역은 보상을 배제하겠다고 하니, 이곳에서 대대로 농사지어온 피해농민들의 한탄은 깊어만 갔다.
당시에는 대통령도 대선후보도 국회의원도 모두 내려와서 사진 찍으며 조속히 해결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550일이 지난 지금까지 재난에 삶터를 잃어버린 수재민들의 보상과 회복은 요원하다. 그런 와중에 대책위 대화방에 울진 산불 피해민들을 돕자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이 타인의 아픔을 아는 게다.
3월 4일 발생해 213시간 타올랐던 경북 울진 산불로 350채 이상의 주택이 불에 탔다고 한다. 손 하나 못 쓰고 평생을 살던 집이 타들어가는 걸 지켜본 이재민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 채 체육관에서 지낸다고 한다.
역시나 이곳의 재해보상도 터무니없기는 매한가지다. 주택이 전소했으면 1,600만원, 절반 정도면 800만원, 조금 피해라면 200만원의 보상을 하겠다고 한다.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황망히 나왔을 이재민들이 새로 삶을 계획하기엔 턱없는 금액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500억이니, 1조원이니 하는 논란이 있다. 당선인은 청와대를 공원화하여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들과 잘 소통하기 위해 용산 집무실로 옮겨야 한다고 고집한다. 대다수의 국민은 청와대 봄꽃놀이보다 가족들이 오붓하게 저녁 먹을 수 있는 집이 필요하고, 먹고 살기 위한 터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맞서 함께 대응하고 준비하는 소통을 원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며 표심만 농락하고 결국은 1%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정치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 탈성장과 대전환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세우는 정치,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그런 진심어린 정치가 소통의 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