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2] 뭘 기대하겠는가

  • 입력 2022.03.27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지난 농사일기에 ‘새 대통령께’라는 글을 썼다. 그런데 그 원고 마감일까지는 사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는 새 대통령이 될 터이니 그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내용을 담았었다.

누가 되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농정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 예산 등을 확정하여 천명하라는 주문이었다.

원고 마감한 그 다음날 결국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대통령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민주·촛불 정권은 적폐로 몰리게 됐고, 정권도 넘겨 주게 됐다. 촛불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권과 집권 민주당은 도대체 뭘 했는지 그 책임을 안 물을 수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권 타도의 선봉 주자가 되는 변곡점이 된 사건은 조국사태로 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수사가 얼마나 잔인하고 한 가족을 파괴한, 모욕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2년여가 지난 지금, 옳고 그름을 떠나 조국 교수는 더이상 현실 정치에 나서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서도 무슨 정치평론서를 출간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책을 내고 싶으면 학자로서 전공 서적이나 집필하기 바란다.

특히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총장, 감사원장, 경제부총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국정 방향에 반발하고 제 마음대로 정책을 펴도 제어하지 못했다.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알 수 없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농정의 경우, 5년 내내 무엇을 했는가. 초대장관은 도지사 출마를 위한 경력쌓기용에 불과했고 결국 1년을 못 채우고 나갔다. 초대장관이 나간 지 6개월간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내버려 뒀다가 두 번째 장관이 임명됐었다. 거간의 사정이야 알 턱이 없지만 농정의 수장을 이토록 오래 비워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나마 두 번째 장관도 1년 정도 하고는 또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서 관뒀다. 문재인 정권은 농식품부 장관직을 거쳐 지나가는 자리로 전락시켰고 나눠 먹기로 희화화했다. 세 번째 장관은 관료 출신을 임명해 놓고 사실상 방기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명색이 대통령 직속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집권 2년이 넘어서야 겨우 출범시킨 것이다. 황금 같은 집권 초기에 농정의 틀을 바꾸기 위해 진력해도 부족할 판에 세월만 허비하고 말았다. 초대 위원장은 무슨 일인지 1년 만에 그만뒀고, 2대 위원장이 임명됐으나 대통령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문 정권이 얼마나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소홀히 했는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정부의 농정은 어떨까.

황금과도 같은 인수위 초기를 운용하는 꼴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뭘 기대하겠는가.

그래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일곱 그루를 정성껏 심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