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귀한 시대 온다는 불안감 커져 … 농민·국민 뭉쳐야”

[인터뷰]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

  • 입력 2022.03.20 18:00
  • 수정 2022.03.21 15: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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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달 22일 열린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농민의길)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이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농민의길은 전여농·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전국쌀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사과생산자협회 8개 단체로 구성돼 있고, 농업현안에 가장 적극 나서는 단체로도 손꼽힌다. 양옥희 신임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임기 동안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지난 15일 본지 회의실에서 인터뷰 했다.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농민의길 상임대표를 맡게 됐다.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복잡하고 무거운 심경이다.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이전 4개 소속단체가 순차적으로 맡아 왔는데, 올해 전여농 순서가 됐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농민들은 항상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왔는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농민의길 소속 단체가 현재 8개로 늘었다. 향후 2개 단체가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시기 소속 단체까지 늘어가니 상임대표 자리가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속 단체들이 똘똘 뭉쳐 그 힘으로 1년 활동할 생각이다.

언제부터 농사를 지었는지, 그리고 무슨 농사를 짓는지 궁금하다.

올해로 27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운동 하는 남편을 만나면서 농사를 짓게 됐고, 그 전에는 농민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었다. 수십년 농사를 지어보니 농산물값만 제자리라는 게 너무 답답하다. 농자재비, 인건비는 다 치솟았다. 그런데도 서민물가 잡는다고 제일 소소한 농산물값만 억눌러 올해만 해도 나락 쌓고 양파 쌓고 농민들이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농민들이 자기 목소리는 내야 하는데 농민도 양극화 돼 대농들은 빠지고 중소농들만 거리에 나서는 것도 문제다.

문재인정부 5년의 농정은 농민들에게 어떤 시간이었나.

기대했던 바가 있어 그 실망감이 더 컸다. 문재인정부는 농업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불통장관’으로 임기를 채웠다. 국가가 세운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에 태양광발전사업이 농지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농업예산비율만 봐도 국가 전체예산 대비 가장 낮은 3%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성농민정책 분야에선 나름 성과가 있었다. 농식품부 내에 농촌여성정책팀을 신설해 여성특수건강검진, 농촌형 성평등강사단 육성 등을 시행했다. 향후 ‘과’로 확대 개편돼야 본격적인 여성농민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농민의길 역할이 더 막중해 보인다.

전여농 회장으로 지난 1년을 보내면서 전국 한 바퀴를 돌고 농업관련 기관·단체 간담회도 두루 다녀봤는데, 대한민국 곳곳이 곪지 않은 데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덕분에 농민들이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규모가 더 커진 농민의길이 힘있게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품목이나 개별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 농업의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시로 소통하겠다.

농민의길 올해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메가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투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CPTPP는 현재 어민들의 반대도 극심하다. 일본 후쿠시마산 오염수 배출반대대책위는 물론 수산업협동조합 등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반대 대책위 등과도 광범위하게 연대할 계획이다.

쌀·양파값 폭락 문제로 농민대회를 하고 서울 여의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투쟁을 했는데, 양곡관리법 개정을 비롯해 농산물 제값받기 문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시대에 걸맞는 농정틀 전환을 위해 농민기본법 제정 촉구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농업문제는 농민뿐 아니라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해 식량주권 지키기로 투쟁해야 한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이후 인근 나라들이 곡물수출을 차단했다. 세계적 중요한 흐름인데 우리나라만 유독 식량안보에 무심하다. 핵·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게 식량전쟁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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