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 비축량 '1만4,000톤'으로 확대, 소비전략도 시급

  • 입력 2022.03.20 18:00
  • 수정 2022.03.20 23:3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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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올해 밀 비축량을 1만4,000톤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비축한 8,401톤보다 66% 많은 양이다. 지난 2020년 국산 밀 육성법 제정 이후 밀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을 하나씩 실현해 가는 정부 모습에 생산현장에선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지만 소비분야 탈출구는 마련돼 있는지 걱정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가 지난 15일 국산 밀 수급 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 ‘2022년 국산 밀 비축 확대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안정적 생산·공급 유도 △소비기반 확충 등의 목적으로 정부비축 매입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데, 밀 비축물량은 지난 2020년 853톤에서 지난해 8,401톤을 기록했고 올해는 전년대비 66% 늘어난 1만4,000톤이 목표다.

정부비축 매입 대상 밀 품종은 금강, 새금강, 조경, 백강 4개이며, 매입금액은 민간 매입가격과 같은 수준으로 40kg당 3만9,000원(일반 양호 등급 기준)이다. 친환경 밀은 이보다 높아 유기 4만4,000원, 무농약 4만1,500원으로 책정했다.

농식품부는 국산 밀 비축 매입량 확대뿐 아니라 농가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매입 방식도 개선했다.

우선 매입 시기를 작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긴다. 밀은 일반적으로 6월에 수확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정부매입이 7월 말에 이뤄지다 보니 장마기간과 겹쳐 농가에서 밀을 보관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따라서 올해는 사전 품질검사 등 준비기간을 단축해 밀 수확 직후인 6월 20일부터 7월 15일까지로 매입 시기를 조정했다. 농식품부는 농가의 밀 보관 관리 부담을 줄이면서 장마로 인한 품질 저하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건조·저장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선 밀 산물매입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밀 산물매입 시범사업에는 지역농협 4곳(군산 회현, 부안 하서, 무안 청계, 의령 동부)이 참여한다. 산물수매를 희망하는 생산단지는 지역농협과 협의해 매입일정 및 물량을 정할 수 있다.

이 외에 △단백질 함량 무료 분석 △톤백(1톤) 외 자투리 물량도 매입할 방침이다.

비축된 밀은 공공비축제도 취지에 따라 양곡 부족 등 비상시에 대비해 보관하며, 평시에는 국산 밀 이용 식품기업에 공급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아이쿱생협, 에스피씨(SPC), 국산밀산업협회 등과 소비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올해는 기업을 대상으로 국산 밀 유통·제분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김보람 농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식량작물 수급 안정과 식량안보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국산 밀 비축량을 늘리고 전문생산단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건조·저장시설, 계약재배 지원에 이어 소비기반도 마련해 밀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밀 생산 현장에선 이번 정부 비축밀 매입량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밀 재고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북 지역의 한 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매입하겠다는 밀 1만4,000톤은 상당한 물량이다. 민간에서 농가와 계약재배 등을 통해 흡수하는 물량의 나머지를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반겼다. 그러나 이 조합장은 “밀 생산단지를 확대하고 정부비축 물량을 늘이는 ‘생산촉진’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매입한 밀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소비하는가의 문제가 더 어렵고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매입한 밀이 순탄하게 소비되지 않으면 과잉문제로 시장가격에도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명확한 소비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밀 비축량을 늘리는 것은 최근 우리밀 생산 증가에 큰 뒷받침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실제 우리밀 소비시장 확대 없이는 비축물량이 계속 늘어날 수 없다. 정부의 밀산업 중장기 계획을 보면 연도별 비축물량 자체가 매년 절대량이 아닌 ‘그해 생산량 대비 25%’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 시장이 불안해 재배의향이 줄어들면 비축량도 ‘생산량 대비’라는 기준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운영위원장은 “예측에 근거한 것이지만, 올해 1만4,000톤 비축량은 전체 생산량의 37% 수준이다. 중장기 계획대비 12%포인트 많은 물량인 것이다. 결국 올해 소비시장이 급성장해야 2023년 비축계획 물량도 당초 제시한 2만톤에 이를 수 있다”면서 국산 밀의 ‘출구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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