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0년, 농업·농촌은 쇠락했다

  • 입력 2022.03.2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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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농가인구는 291만2,000명에서 2021년 231만4,000명으로 25.8%가 감소했다. 전체인구에서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5.8%에서 4.5%로 줄었다. 농가인구 중 60세 이상은 35.6%에서 42.3%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수준을 넘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농가소득을 4,697만원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 농업소득은 1,299만원이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7.7%에 불과하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1,000만원대 농가소득, 이 두 가지만 봐도 농업의 위기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지난 20여년 지속된 개방농정의 결과이고 한-미 FTA 10년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이다. 한-미 FTA는 가장 큰 농업개방의 둑을 헐어버린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계적인 FTA 확산추세에 대응하여 안정적인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개방을 통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여타 신흥국가와의 FTA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FTA를 계속해서 체결해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52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이름하여 ‘FTA 강국’이라 자랑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한-미 FTA 성과로 ‘한-미 군사·안보 동맹을 경제영역까지 확대’했고 ‘한-미 간 무역규모가 66.1%나 증가’했으며 ‘국내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피해산업으로 분류했던 농업분야도 대미 농축산물 수출 증가율이 발효 전보다 98.2% 증가했지만, 수입 증가율은 34.1%에 증가에 그쳤다며, 마치 한-미 FTA로 인해 국내 농축산물 수출이 늘어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 간 농축산물 수출입 금액을 비교해보면 상황이 다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국내산 농축산물 수출액에 10배가 넘는다. 우리의 농축산물 시장이 급속도로 미국산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미 간 수출입증가율만 비교해 평가할 것이 아니다. 축산물, 가공식품, 과일·채소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해 수입액 증가율이 수출액 증가율에 비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입 개방에 맞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한우를 꼽는다. 그런데 쇠고기의 경우 2009년 50.7%던 자급률이 2020년엔 37.2%로 떨어졌다. 그나마 이 정도 자급률을 유지하는 것도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파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6년이면 미국산 쇠고기는 무관세로 들어오게 된다. 한우산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10년, 우리 농업은 점점 더 쇠락해가고 있고 농민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허황된 장밋빛 희망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 해야 한다. 또한 국내 농축산업계가 버티기 힘든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을 전환해 농업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CPTPP 가입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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