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회 조직 강화와 현장 현안 해결에 주력할 것”

인터뷰 l 김명기 (사)전국쌀생산자협회장

  • 입력 2022.03.20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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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3일 취임한 김명기 (사)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40년간 오직 쌀농사만 지어 온 베테랑 농민이자 농민운동가다. 고향인 전남 장흥서 농사에 전념하며 농민회 활동을 지속하다 쌀협회 출범과 함께 장흥군지회장을 맡았고 최근 3년 동안은 전남본부장으로서 굵직한 쌀 관련 투쟁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입지를 다졌다. 김명기 신임 회장을 지난 16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만났다.
김명기 (사)전국쌀생산자협회장.
김명기 (사)전국쌀생산자협회장.

 

쌀농사와 농민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농촌에서 살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잡초 한 포기 베어 본 적 없었다. 오히려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 고향에 오가며 농촌의 여러 문제를 접했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에 매료돼 풍요로운 농촌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굳혔다. 농촌에서 살며 도시와의 격차를 직접 체감한 뒤부턴 여러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단 생각에 농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협회 출범 8년차다. 임기 내 이루고픈 목표가 있나.

출범 8년 차가 됐으나 협회가 온전히 완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경기본부가 아직 조직되지 않았고, 경상본부 역시 미약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본부가 없는 곳은 임시 본부장을 추대해 조직을 만들었으면 한다. 조직의 규모를 무조건 크게 키우기보단 점차적으로 내실 있게 꾸려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쌀협회 조직 강화가 목표다.

 

최근 ‘역공매’ 시장격리를 두고 농민들의 반발이 상당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 부재가 초래한 결과라고 본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조차 주식인 쌀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쌀이 90% 자급되다 보니 이를 안보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는 인식 부재가 상당하다. 현장이해도도 상당히 결여돼 있는 데다 ‘어떻게 하면 행정 업무를 줄일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해야 예산을 덜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걱정에만 치우쳐 역공매 시장격리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거다. 현장 상황을 안다면 역공매라는 엽기적인 방안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기후로 생산량 변화가 정부 예측을 벗어나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너무 미비한 것 또한 문제다. 올해 쌀이 초과 생산됐다고 해서, 내년에 올해와 같은 수준이 유지되리란 법은 없다. 초과 생산량을 전부 시장격리해도 모자란 데 농민들한테 초과 생산량 일부를 떠넘기고 그것도 모자라 역공매 방식 도입으로 시장 가격까지 떨어트리는 방법을 택해서는 안 됐다.

 

이밖에 현재 쌀 농가가 맞닥뜨린 현안엔 어떤 게 있나.

실제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용수로나 농업용수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 제일 애가 탄다. 용수가 충분히 확보되고 사용할 수 있게 공급돼야 하는데, 여전히 용수가 잘 닿지 않는 논이 많다. 이 경우 개인이 관정을 파고 전기를 끌어와야 해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란 정부 기관이 있는데 세세한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다. 개인이 혼자서 대응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보니 단체로써 교섭력을 발휘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생각이다.

또 무엇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는 생산비를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쌀 적정 가격이 확보돼야 한다. 보통 600평 논을 기준으로 할 때 가을 쌀값의 3분의 1은 농민 자신의 인건비이자 수익이 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임차료, 남은 3분의 1은 농약·비료 등의 생산비가 된다. 최근 농기계 유류비에 농약·비료값 등 안 오른 자재가 없다 보니 생산비가 전체적으로 30~40% 이상 올라갔다고 봐도 무방한데, 쌀값이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농가에 돌아갈 수익은 전혀 없게 되는 것이고 이 경우 농사짓기 위해 농촌에 과연 누가 남겠나 싶다.

농지제도 개혁과 태양광 갈등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농민들은 신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 전체의 50%가 임차 농지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임차농민을 내쫓고 농지를 파괴하는 태양광을 반대하는 거다. 땅값이 저렴하단 이유로 농지에 태양광을 계속해서 들이면 임차 농지가 가장 먼저 사라지게 되고, 땅을 임차하던 농민들은 생계를 잃게 된다. 농촌이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농지만큼은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임기 동안 현장의 여러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힘써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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