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금 5조’·‘농지 사수’·‘GMO 완전표시제’ … 윤석열의 약속들

  • 입력 2022.03.20 18:00
  • 수정 2022.03.21 11:2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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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어퍼컷 세리모니’를 선보이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2월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집권 이후의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 예산, 다시 3% 넘을까

‘직불금과 예산 확대를 통한 중소가족농 지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농정공약의 가장 앞머리에 섰다. 선진국에 비해 직불금 예산 비중이 매우 낮은 점·제도 미비로 실제 경작자가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점 등의 폐해를 인지하고 있다며, 직불금 예산을 5조원으로 약 두 배 확충하는 한편 고령중소농 대상 ‘농지이양 은퇴직불금(월 50만원)’, ‘청년농직불’, ‘식량안보 직불’, ‘탄소중립 직불’, ‘조건불리 직불’ 등 다양한 선택형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실경작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 및 ‘농가인구 비중과 농업의 국가경제 기여도에 걸맞는’ 농업예산 확대도 약속했다.

‘공익형직불제’ 시행 첫해에 확정된 2조4,000억원의 현 예산을 최대 두 배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 처음 등장한 지 이미 한참 된 이야기다. 아직 공익형직불제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이었던 지난 2018년, 훗날 ‘농특위’로 탈바꿈하는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농정개혁 목표달성을 위해 임기 말까지 직불제 예산 5조2,0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비롯해 농민단체들, 일부 국회의원들 또한 월 10만원의 소농직불 지급만 전제하더라도 최소 3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정부 전체 예산 내 3%의 비중마저 무너져버린 농업예산의 회복 여부는 향후 윤석열정부 농정 평가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자리할 전망이다. ‘직불제 5조원’, ‘다양성을 존중하는 선택형 직불’ 등은 이번 대선을 통해 처음 나온 요구가 아니었지만 현 정부에서 결국 수용하지 못했고, 주요 경쟁 주자였던 이재명·심상정·안철수 후보 모두 이 부분만큼은 똑같은 농심을 받아 안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공통공약’의 이행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벌써 농업계 곳곳에서 새어 나오는 상황이다.

‘식량주권·경자유전’ 강조

그다음으로 주목할만한 부분은 ‘식량안보’도 아닌 ‘식량주권’에 대한 강조로, 통상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보수 정치인의 공약으로선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다만 그 강도에 있어선 어느 정도 조정이 가해진 모습이다.

농지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경자유전의 원칙 준수’,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보전’ 등의 전통적 원론 사수는 물론 친환경농업직불제 강화를 통해 탄소중립 농업에도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상대 진영에서 일찌감치 제시했던 ‘GMO 완전표시제’의 도입이나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공공급식 확충도 공약에 들어갔다. 특히 완전표시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 관련 공약을 통해 관심을 보였고, 농민·소비자들의 요구 속에 임기 내 수차례 논의의 장도 열렸으나 대형 식품기업의 반발 및 통상마찰의 우려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산돼 문재인정부가 크게 비판받았던 부분이다.

식량주권의 부재는 상당한 기간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전체적으로 ‘어떻게’라는 내용을 찾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농지전용에 관해선 현재 즉각적 진단과 처방을 공약에 바로 싣기에 그리 어렵잖은 현실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LH사태’가 밝힌 「농지법」의 허술함 외에도 8년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를 감면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산업단지의 난립을 조장하는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등이 농지전용의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지난 5년간 더욱 선명해진 상황이다.

식량자급률에 대해선 조만간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계획적으로 실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남아있는 농지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면적을 토대로 실현 가능한 생산량을 따져 자급률 목표를 새로 세우겠단 계획이다.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정책총괄본부에서 농림해양수산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아 농정공약 수립을 총괄했던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14일 <한국농정>이 주최한 대선 농정공약 토론회에서 ‘식량자급률 60%’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임을 강조하며 “과거 식량·곡물자급률 실적치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 반드시 실현할 품목별 자급률의 목표치를 제시하고 농지면적과 장기 식량 수급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장 요구 수용은 양호, 현안 긴급 대응은 부재

그 외에 농민들이 주목할만한 곁가지로는 최근 농자재값 급상승 현상 대응 차원의 ‘비료가격 인상차액 지원확대’, 농촌인력중개센터가 고용을 책임지고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을 전제로 한 ‘외국인근로자 고용제도 개선’, 농촌 필수의료과목 진료 인력 확충을 토대로 한 ‘마을주치의제도 도입’, 국내산 식재료 우선 사용과 더불어 추진하는 ‘모든 학교에 친환경농산물 급식’, 축산 분야의 ‘사료가격 안정화 대책’, ‘가축전염병 국가책임 강화 및 관련 법령 현실화’ 등이 있다. 모두 그간 각 부문 현장에서 강도 높게 요구했던 항목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반면 ‘자라나지 않은 가지’도 분명히 보인다. 최근 불거진 긴급현안들, 특히 오랜 세월 농업계의 반발이 컸던 ‘개방농정 대응’ 부문에서 두드러지는데, 당선 직후 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에서 쏟아진 성명이 하나 같이 공약에서 언급하지 않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결정 철회를 강조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지난해 수확철을 계기로 변동직불금제도 철폐 이후 쌀값 지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 분명해졌지만, 지역·단체를 막론하고 농촌 전체에서 항의가 빗발쳤음에도 이 부분 역시 식량자급률 확보를 위한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두봉 교수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했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자신했다. 한 교수는 “현장을 다니며 중소가족농을 중심으로 농업의 현실을 파악하려고 했다. 비료값지원에 대한 관심이나 은퇴농을 위한 농지이양 직불금, 마을주치의제도가 그런 결과”라며 “65세 이상의 경영주가 농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그간 기여한 바를 파악하고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지 않게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현안에 대해선 “CPTPP는 어디까지나 전 정부의 결정이 낳은 문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고려될 사안”이라고 설명했으며, 쌀 문제의 경우 “쌀은 수요감소가 심각한 상황으로 쌀 품질 고급화·소비촉진 정책을 우선으로, 수급조절은 그다음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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