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목이 아픈 감기에 좋은 도라지와 배

  • 입력 2022.03.13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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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최근 목감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 감염자들도 목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목이 아플 때 집에서 챙겨 먹으면 좋은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도라지와 배입니다. 도라지는 ‘길경’이라 하여 한약재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목이 붓고 아플 때 쓰는 처방 중에 ‘필용방감길탕(必用方甘桔湯)’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이 처방은 감기로 목구멍이 붓고 아픈 것을 주로 치료하는 처방인데 도라지가 군약으로 8g이나 들어갔습니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에 목이 아플 때 쓰는 처방에 도라지를 사용한 예가 참 많습니다. 방약합편에 도라지의 약성가를 살펴보면 “桔梗味苦 療咽腫 載藥上升 開胸壅(길경미고 요인종 재약상승 개흉옹)”이라 하여 인후가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것이 주된 효능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렇듯 도라지는 목이 아플 때 많이 사용되고 효과도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모든 사람에게 도라지가 다 좋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뭐든지 독도 되고 약도 된다고 하는 마음으로 음양관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도라지의 짝으로 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방약합편에 “배는 맛이 달고 새콤하다. 술로 인한 독을 잘 풀어준다. 갈증, 해수, 심번, 열결, 풍담도 잘 몰아낸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해수가 바로 기침을 말합니다. 흔히 감기에 걸리면 배숙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먹기도 하는데요, 배는 기침을 할 때나 감기에 걸렸을 때 폐를 튼튼하게 해주면서도 효과가 좋은 과일입니다.

이제 도라지와 배를 비교해 보자면 도라지는 좀 건조하고 배는 과즙도 많고 촉촉합니다. 맛을 보면 도라지는 약간 쓰고 쌉싸름하면서 화한 맛도 납니다. 배는 새콤달콤합니다. 약간 매운맛은 발산하는 효능이 있고 새콤한 맛은 수렴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도라지는 양적이고 배는 음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효능도 도라지는 좀 더 음적인 상황과 음적인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배는 좀 더 양적인 상황과 양적인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그럼 어떤 게 음적이고 어떤 게 양적인지 알아야 합니다. 건조하고 촉촉한 것으로 구별하자면 건조한 것이 양이고 촉촉한 것이 음입니다. 차가운 것은 음이고 열이 나는 것은 양입니다. 사람 몸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마른 사람이 건조하기가 쉽습니다. 통통한 체형인 사람은 아무래도 촉촉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똑같이 목이 아프더라도 약간 살집이 있고 통통한 사람은 배보다는 도라지가 잘 맞을 것입니다. 조금 마르고 건조한 사람은 도라지보다는 배가 더 좋습니다. 또 목감기 초기에 가래도 많이 나오고 목이 많이 붓고 할 때는 아무래도 도라지가 좋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반면 목감기가 오래되면서 점차 목이 건조해지는 증상이 심해지고 까끌까끌하다면 도라지보다는 배가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이 목이 아파도 목이 너무 건조해지고 까끌까끌한데 도라지가 목에 좋다고 먹다가는 좋기는커녕 더 악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 또한 초기나 오래되었느냐 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기간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건조하면서 아픈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오래되었어도 도라지를 써야 할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이런 세밀한 판단은 전문가들이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는 것으로, 증상이 심하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집에서는 헷갈리고 잘 모르겠다면 두 개를 같이 드시면 됩니다.

사실 도라지와 배는 평소에 반찬과 간식으로 먹을 만큼 순하기 때문에 대단히 많은 용량을 지속해서 오랜 시간 먹는 게 아니라면 크게 몸에 해를 가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조금씩 드시는 것은 크게 따지지 않고 안심하고 드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뭐가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만 듣고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이게 어떤 사람에게 좋을지 음양관을 가지고 따져보는 지혜를 가지신다면 건강한 생활을 꾸려나가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목이 조금 붓고 아픈 느낌이 있으시다면 음양관에 따라 어떤 게 나에게 맞는지 따져보시고, 잘 모르겠으면 섞어서 드시는 지혜를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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