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이 위태롭다

  • 입력 2022.03.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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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격이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된 원인이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의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가로 전 세계 수출량의 29%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이상기후로 인해 남부지역 농작물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국제 곡물 시세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로 가다가는 조만간 곡물 가격이 두 배 오를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밀의 경우 지난 2008년 세계식량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7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 5월물 정산 곡물 선물가격은 톤당 밀 475.46달러, 옥수수 295.56달러, 대두 58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선물가격 대비 밀은 84% 폭등했으며, 옥수수는 31%, 콩은 22% 오른 가격이다. 문제는 곡물가격 폭등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쟁이 조만간 끝나리라고 전망하기 어렵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경로인 흑해 항구 폐쇄로 인해 최소 60일에서 90일까지 흑해 지역에서의 수출도 불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향후 3개월간은 곡물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다. 곡물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와 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를 겨우 넘기고 있다. 이 중 주요 곡물인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민망할 수준으로 1%조차 안 된다. 그래서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발생한 세계적 곡물 위기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앞으로 상당 기간 취약한 식량자급률로 인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식인 쌀을 자급해 세계적인 식량위기에도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는 2019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겪으며 식량주권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 우리 역시 이때부터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는 제2의 주식인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 생산단지를 조직·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비축 수매를 통해 재배면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대책이 따르지 않아 불안한 실정이다. 밀뿐 아니라 콩을 비롯한 다른 작물들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방력을 강화하듯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식량주권 문제는 농민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농업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적 과제이다.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확인됐다.

우리는 지금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도 밀을 사 오기 어려운 상황에 닥쳐 있다. 국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가격 폭등은 기본이고 돈이 있어도 식량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위기는 발생한다. 코로나19를 누가 예상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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