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1] 새 대통령께

  • 입력 2022.03.13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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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드디어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이번에는 농정이 좀 달라지려나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다. 기대가 컸던 문재인정부 농정도 결국 실망 그 자체로 끝나고 말았다.

역대 정부의 농정이 현장 농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준 주요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현실과 현장에 맞지 않는 농정, 농정철학의 빈곤,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 등을 지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밖에도 관료 중심의 탁상농정, 경쟁력 위주의 생산주의 농정, 시장 중심의 개방농정, 소득 안정화 정책의 미흡, 도시·개발 위주의 국가균형발전 전략, 농촌 및 지역 공동체 해체 전략, 하향식 농정의 한계, 지자체의 집행능력 부족 등 많은 것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농정의 난맥상을 바로 잡고 국민과 농민에게 약속했던 농정 공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권 인수위원회에서부터 기존 농정의 문제점과 난맥상을 정부 관료들 스스로가 비판적으로 진단하게 하고, 전문가와 농민들로 구성된 ‘농정 평가단’의 집중 점검을 받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도출된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을 도출하면 그것이 바로 차기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식량자급률이나 곡물자급률이 왜 낮아졌는지, 쌀 목표가격과 변동직불제를 폐기하고 도입된 쌀 공매제도를 역공매 방식으로 추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농산물 가격 및 유통 안정은 왜 안되고 있는지, 기후·환경 대비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정책의 난맥상은 왜 발생하는지, 농업소득은 왜 10여년간 1,000만원 수준에서 못 벗어나는지, 여성농민 정책은 잘 되고 있는지, 농지투기는 왜 방치했는지, 직불금과 보조금은 제대로 집행됐는지, 농업후계인력 확보는 왜 안되고 있는지, 친환경생태농업은 왜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지, 농촌지역은 왜 점차 소멸돼 가는지 등의 기존 정책을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평가해야 한다.

또한 새 대통령은 농업·농촌·농민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이 임명한 각 기관장을 큰 틀에서 통제함은 물론 방임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는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관을 임명만 해놓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으면 관료들 마음대로 농정을 추진하기 십상이다. 관료들의, 관료들을 위한, 관료들에 의한 농정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임명만 해놓고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싶다. 대통령이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농특위가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람을 잘 쓰고 잘 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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